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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자녀교육에 대한

by 릴라~ 2010. 2. 9.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 공부 때문에 걱정이 많다. 공부야 잘 하면 좋지만, 공부가 그 아이 자체보다 더 중요하진 않다.

길러보지 못한 사람이 끼어들 일은 아니나, 삶은 '체험'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당연지사겠지만, '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체험'이 모든 면에서, 항상, 권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자녀 공부를 걱정한다는 것은 자녀가 건강에 별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어릴 때 잔병치레로 워낙 고생을 했던 터라 우리 엄만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공부고 뭐고 다 필요 없고, 그저 튼튼하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엄마 친구 딸들이 하나 둘 시집을 가자 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직장 있으면 뭐 하나, 건강하고 연애 잘 하는 애들이 부럽다."


대개의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이토록 상대적인 것이다. 특히 자녀가 아플 경우, 부모님들의 소망은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고3 때는 대학에 가기만 하면 행복이 오는 줄 알았고 임용시험 준비할 때는 시험에 붙기만 하면 행복이 오는 줄 알았지만 가진 것이 주는 행복은 정말 짧았다. 행복은 순간순간을 느끼고 음미할 줄 아는 자의 것이다.

주위를 보면 자녀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부부들이 의외로 많으며, 장애를 지닌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자녀가 있다는 것, 있음 그 자체가 삶의 선물이고 축복이 아닐런지. 물론 힘들고 짜증스러운 순간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삶의 본질적인 부분은 한 생명이 내게 왔다는 그 사실이 아닐런지.

생각해보면 우리는 '있음'에 감사하지 못한다.  부모가 내 곁에 있음에, 남편과 아내가 내 곁에 있음에, 자녀가 내 곁에 있음에, 벗이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하지 못한다. 존재를 느끼고 축하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가족 속에서도 한 인간을 그가 가진 외적 '능력'으로 평가하니 함께 있어도 외로울 수밖에 없다.

이 60억 인구 중에서 내게 온 사람들이니, 소중한 것. 딱히 잘 해줄 필요도 없고, 함께 '있음'의 행복을 넘치도록 느낄 수 있으면 좋은 것. 우리가 우리의 부모에게 요구하는 것이 잘난 사회적 지위 같은 게 아니라 '사랑'이듯이 우리 역시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사랑이다. 

사랑은 상대의 마음과 뜻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지, 내가 경영하는 사업이 아니다. 잘난 부모가 자식들 피곤하게 하는 경우도 적잖이 존재한다. 부모의 자격은 '사랑' 그 하나로 충분한 것. 옛날 많이 배우지 못한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충분히 사랑했듯이. 사랑만으로 우리가 살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그것 없이는 공허한 것. 오늘의 어머니들은, 나를 포함해 오늘날의 여성들은 사랑을 베푸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감싸안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악기를 잘 다룰 줄 아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풍요로운 일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다보면 성격이 나빠질 수도 있다. 내 경우 몇 년 치던 피아노를 하기 싫어서 그만두었고 엄마는 강요하지 않았다. 계속 쳤다면 지금 잘 칠 수 있겠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그 땐 정말 하기 싫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그 때 잘 그만두었다고 생각한다. 원하면 지금부터 하면 된다. 나의 '능력'보다 나의 '마음'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그 '마음'이 받아들여질 때 우리는 살맛을 느낀다.

자녀교육에 관한 한 사실 정답이 없다. 지나고 나서야, 아이구 이랬으면 더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할 수 있을 뿐. 그 때 그 때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확실해 보인다.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애정'을 쏟는 부모라는 것. 부모도 사람이니 때로 실수하고 잘못 가르치기도 하지만 그 밑바탕에 지극한 사랑이 있을 때, 자녀 역시 여러 오류를 스스로 시정해가며 자기답게 자랄 수 있을 거라는 것.

사랑이 깊으면 믿음도 깊어지므로, 우리의 사랑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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