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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기록/동남아시아

사랑을 환기시키는 새벽, 앙코르왓의 일출

by 릴라~ 2011. 3. 1.

 

새벽 5시에 호텔 로비로 나갔다. 
약속했던 툭툭 기사는 도착하지 않았다. 
호텔 직원이 전화를 걸더니 곧 도착한다고 했는데도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늦잠을 잤던 모양이다. 
그때 막 출발하려던 한국 아가씨들이 자기들 툭툭을 같이 타고가자고 한다. 
더 늦으면 일출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아서 함께 나섰다. 
깜깜한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앙코르왓으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원 안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호수 위에 놓인 거대한 다리를 건널 때는 
신들의 땅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해가 뜨면 앙코르왓의 모습이 반사되는 왼쪽 연못가에 자리를 잡았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다들 고요히 앉아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북소리가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했다.
하늘이 서서히 밝아왔고 브라흐마, 비쉬누, 시바를 상징하는 
사원의 세 봉우리가 새벽 공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장엄하고 신비로웠다. 이곳이 지어진 12세기 사람들에게 
이곳은 정녕 신의 땅이었을 것 같다. 

구름 때문에 해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연보랏빛이 하늘로 번지는 순간, 
마음속에 온통 따스한 기운이 번졌다. 
사랑스러운 순간, 사랑이 하고픈 순간이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우리 마음을 살며시 열어주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보드라와지면서 이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순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립고, 
그들이 정녕 아름다운 사람임을 느끼게 되는 순간.

 

 

다음 날, 일출을 보러 한 번 더 사원을 찾았다.
날이 조금 더 좋아서 붉은 빛을 조금 더 볼 수 있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그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향유하는 순간은 많지 않은 것 같다.
365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우리가 보는 날은
일 년에 고작 몇 차례일 게다.
한 인간으로서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저마다 다른 많은 목적과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이 지상의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것이 사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이 이 모든 아름다움을 날마다 무상으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이 덧없는 것이라 해도, 
그 잠깐 잠깐의 열림이 우리 삶을 고양시키고 우리를 비극에서 구해낸다. 
그 작은 빛들이 우리 가슴에 머무는 순간이면 
우리 또한 해와 달과 꽃과 나무와 다르지 않은,
잠시 잠깐 이 세상을 다녀가는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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