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유시민 목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많이 갔다. 지난 선거 때문에 그런 듯. 김어준은 나꼼수에서처럼 여전히 유쾌했다. 하지만 그 밝음 가운데 하나씩 토해내는 알맹이가 보통이 아니다.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유시민이 요즘 대학생이라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배낭여행이라고 했는데... 유시민이 좀 이후에 태어났더라면 김어준처럼 살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자유주의자 유시민이라면.
몰랐는데, 김어준이 공식 석상에서는 늘 검정 넥타이를 맨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 날 그렇게 결심했다고. 3년을 매기로 했단다. 아직 봉하에 간 적이 없는데 그 3년이 끝나는 날 갈 거라고 했다. 이 남자의 '진심'이 느껴졌다. 진심을 이렇게도 전하는구나 했다.
그는 문재인 이사장이 선거에 나가면 왜 당선될 수밖에 없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꽃미남 -> 짐승남 -> 까도남...'처럼 대중이 기존의 것에서 결핍을 느끼는 것을 채우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움직인다고 했다. 대선은 유행보다 훨씬 큰 시대의 트렌드이며, 노무현의 제일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이명박이라고, 그 점이 어느 정도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지금 이명박의 대척점 자리(말을 뒤집지 않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박근혜 대표인데 그 박근혜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문재인이라는 거다. 나오면 반드시 당선된다고 보았다.
곽노현 교육감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김어준은 그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보수가 던지는 모이를 덜컥 집어 먹고 그들이 설정한 프레임 안에 너무 잘 갇히는 진보의 쪼잔함을 비판했다. 지금 진보 매체에서 먼저 사퇴하라고 더 난리인데, 이는 자기들이 도덕성에 피해를 입을까봐 몸을 사리는 거라는 거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품위만 지킨다는 것. 우리는 자기 편도 비판할 수 있는 공정한 매체라고 자위하면서. 특히 민주당. 바보 천치라고 욕을 많이 했다.
곽노현 혼자 일 년 간 열심히 싸웠는데, 그 비 좀 함께 맞아줄 수 없냐고. 자기들은 그동안 집에서 비 안 맞고 편안히 있었으면서. 혹시 두둔했다가 자기들이 피해를 볼까봐 언론도, 정치인도 발을 뺀다는 거였다. 김어준은 좀 다치면 어떠냐고 했다. 너무 비겁하다고. 노무현 대통령 때도 그랬다. 진보가 앞장서서 비난을 하고 나섰다.
보수가 진보를 죽이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이번에 터뜨린 건 시장, 교육감 선거를 한 데 엮어서 다 먹으려는 꼼수라고 거기 놀아나면 안 된다고. 곽노현 사건은 철저히 그 사건으로 다루고 오세훈 심판은 그것대로 다루고 둘을 분리하는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거였다. 그러므로 대가성을 입증할 때까지 절대 사퇴하면 안 되며, 대가성을 입증하라는 요구를 언론이 해야 한다고.
딴지일보, 초창기엔 정말 대단했었는데. 한동안 안 보다가 요새는 클릭만 하면 바이러스 경고가 떠서 잘 못 들어가는데, 김어준 이 사람 정말 멋있다. 지승호 인터뷰도 좋지만, 김어준 인터뷰는 '인간'을 이해하는 관점이 한 차원 위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사람이 자기 업이나 지위와 상관 없이 평생을 자연인 그대로, 연출 없이 살아내기가 극히 어려운데 자기가 아는 한 노무현이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한 말. 권영길, 강기갑, 심상정, 노회찬 등은 안타깝지만 그의 주장과 동일시되고 개인이 살아나지 않는데, 이정희 의원이 유일하게 거기 근접해서 좋더라고 했다. 내가 어렴풋이 느끼던 걸 어쩜 저렇게 논리정연하게 보여줄까 신기했다.)
아, 그리고 자신이 유빠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십 여년간 유시민을 자주 만나오면서 그 가족들도 잘 아는 사이인데 진짜 사사로운 마음이 없는, 그러면서도 늘 욕을 먹어서 자기가 대신 변호해주고 싶을 정도라고.
그가 유시민에게 딱 한 번 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게 노무현 대통령 서거하신 다음 날이라고. 그때 국민들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사람이 필요하므로 '내가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대통령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선언하라는 내용이었단다. 지금도 유시민이 당시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그가 청취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문재인 반드시 된다' 였다. 친구가 그렇게 갔는데 그에게 역사적 소명 따위를 말하며 출마를 권유하는 건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고, 꼭 이기므로 나오라고 하는 거라고.^^;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