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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소설, 시

칠층산 - 토머스 머튼

by 릴라~ 2006. 2. 12.
칠층산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토머스 머턴 (성바오로출판사,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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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사놓고선 이제야 읽었다. 아주 특별한 책. 깊은 감동을 받았다.

토마스 머튼은 20세기의 저명한 가톨릭 명상가이다. 젊었을 때 시인이자 문학 교수로 장래가 매우 촉망되었지만 26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일생을 침묵과 명상, 노동으로 사는 봉쇄 수도원인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고독 속에 잠기는 것을 택했다.

그의 대표작 <칠층산>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트라피스트에 입회하기까지의 영적 순례기이다. 매우 담담한 어조로 기술되었지만 그 섬세하고 부드러운 묘사 아래 영혼의 뜨거운 몸부림이 생생하게 읽힌다.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자기 영혼 안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숱한 방황 끝에 자신이 트라피스트 수도사가 된 경위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는 그의 영적 순례를 따라가다보면 우리 삶이 얼마나 크나큰 신비인지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곳곳에서 내 마음을 비수로 찌르는 문장들을 만났다. 내 영혼이 처해 있는 상태를 돌아보며 내게 얼마나 사랑이 부족한지 깨닫게 된다. 예수는 자신을 죽인 이들까지 용서했는데 나는 작은 일도 용서하기가 너무 힘이 든다. 찌든 때와 먼지를 싹 청소하고 새로 태어나고 싶다.

어떤 의미로 우리는 항상 여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여행은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긴 여행이다. 다른 의미로는 우리는 이미 도착하였다.

우리는 현세에서 하느님께 완전히 소유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둠 속을 여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은총에 의해서 하느님을 이미 소유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빛 속에 도착하여 그 안에 살고 있다.

덕행 없이는 행복이 있을 수 없다. 덕행은 행복을 획득할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덕행 없이는 기쁨이 있을 수 없다. 덕행은 인간의 자연적 정력을 조정하고 조절하여 조화와 완성과 평형에로 지향케 하며 마침내 인간 본성이 하느님과 일치하여 영원한 평화를 얻도록 하는 습성인 까닭이다.

영혼의 삶은 지식이 아니라 사랑이다. 사랑은 의지-인간의 최상급 기능-의 행위요, 이 사랑으로써 인생의 최종 목표-하느님과의 일치-를 정식으로 성취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이 나에게 모든 것을 원하셨으므로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당신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을 일체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일 내가 뒤로 버티고 서서 나한테서 당신께로 어떤 것이 건너간 것처럼 생각한다면, 나는 불가불 당신과 나 사이의 간격을 보게 될 것이고 거리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나의 하느님, 나를 죽이는 것은 바로 그 간격, 그 거리입니다. 이것이 내가 고독을 바라는 유일한 이유입니다. 피조물들은 당신과의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모든 피조물과 아울러 온갖 피조물에 관한 지식에 대해서 죽은 자가 되려는 것입니다. 비록 당신은 피조물들 속에 계시지만 세상 만물을 초월하신 분임을 피조물들이 내게 가르쳐줍니다. 당신이 우주만물을 만드셨고 당신 현존이 그것들을 살게 하시는데 그것들은 나한테 당신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그것들을 벗어나 홀로 살렵니다. 오 복된 고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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