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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아무르 | 미카엘 하네케 감독 — 스러져가는 육체를 보듬는다는 것

by 릴라~ 2013. 1. 19.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고 담담하면서도 참혹한 영화다. 전직 음악 교사로서 교양 있게 살고있는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에게 갑자기 닥친 비극. 아내 안느의 육체는 점점 스러져가고 어떤 경우에도 요양 병원에 보내지 말아달라는 아내의 부탁에 따라 조르주는 최선을 다해 아내를 돌본다. 카메라는 그 두 부부가 머물고 있는 아파트를 잠시도 떠나지 않고 우리를 그 공간에 가두어둔다.

 

결말에 대한 호기심으로 서사를 지탱하는 영화가 아니다. 하네케의 카메라는 대담하게도 결말을 먼저 보여주고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끝이 아니라 두 사람에게 그 사이에 일어난 일들. 조르주는 담담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지만 그 또한 늙은 몸, 출장 간호사의 도움을 받지만 집에서 안느를 돌보는 일은 점점 힘겨워져만 간다. 안느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고 안느는 이제 기억을 잃고 언어를 잃고 '아프다'란 단어만 소리친다. 간간이 '시간이 너무 길다'란 말과 함께. 멀리 살던 딸이 찾아와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하자 조르주는 '그럼 니가 돌볼래? 아니면 요양병원에 보낼까?'라고 한다. 딸 또한 할 말이 없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영화는 다큐처럼 끈질기게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추적한다. 안느의 존재감이 점점 약해지면서 관객들은 조르주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하게 된다. 쇠락해가는 안느의 육체, 그 스러져가는 존재를 돌보는, 똑같이 스러져가는 다른 몸을 보는 지켜보는 일이 관객들에게도 힘겹고 고통스럽다. 조르주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차분하게 아내를 돌보지만, 꿈을 통해서 드러나는 그의 무의식과, 성의없는 간호사와 다투는 장면 등은 그가 내적으로 얼마나 힘겨웠는지 짐작케 한다. 전엔 아파트 창문으로 들어온 비둘기를 쫓아내었던 그가 안느의 죽음 이후, 집 안에 들어온 비둘기를 담요로 잡아서 가만히 안고 있는 장면은 그의 싸움이 얼마나 고독했는지 절절하게 보여준다.

 

그 육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에 발버둥치면서,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던 사랑이었다. 관객들에게 안느의 퇴락해가는 모습은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조르주에게 그 몸은 그들이 반평생 이상을 보내온 시간의 결이 내려앉은 고귀한 몸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러한 조르주에게도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 것은 시장에 가서 꽃을 사서 안느의 몸 위에 뿌리는 것. 그렇게 그들은 그들이 머물던 방을 훨훨 떠났다.

 

 

 

그러므로 결국은 아름답다 해야 하리라. 슬프지만 슬픔보더 더 큰 고귀함이 있는 사랑. <아무르>는 201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70세인 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이 영화로 황금종려상을 두 번 수상하게 되었다. 두 주연배우의 연기는 최고이며, 이들의 일상적인 몸짓 하나하나가 가슴을 찌르는 영화다. 그저 사랑이란 말로는 부족한, 한 인간이 한 인간을 돌본다는 것, 낡고 스러져가는 육체를 보살피는 행위의 고귀함과 고단함이 내내 마음을 맴도는. 그래서 결국은 '사랑' 말고는 이들의 마지막 날들을 명명할 단어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 영화.

 

 

 

 

 


아무르 (2012)

Love 
8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장 루이 트렝티냥, 엠마누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알렉상드르 타로, 윌리엄 쉬멜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 127 분 | 201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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