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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을 적다

월든 호수에 사는 것

by 릴라~ 2015. 12. 14.

 

 

요즘 일상에 절망하고 있다. 아무리 일으켜 세우려 해도 뭔가 계속 미끄러지는 느낌. 도시살이, 아파트살이의 한계 같기도 하고. 삶이 풍부해지지 못하고 점점 남루해지는 것. 넘을 수 없는 어떤 한계를 순간순간 느낀다, 이곳에서. 시골에서 살아야 하나, 부쩍 이런 생각이 드는데, 친구들에게 물으면 너는 시골 생활 사흘만에 도망쳐 나올 거라고, 백화점에 자주 가는 전형적인 도시 여자가 무슨 헛소리냐는 핀잔이 주로 돌아온다. 일상과 여행은 다르다고, 아무 것도 갖추어지지 못한 곳이 얼마나 불편한데 하면서.

 

이렇게 마음이 흩어질 때 내게 언제나 위로를 주는 책은 '월든'이다. 첫 페이지를 폈는데 전에는 그냥 스쳐갔던 서시가 눈에 확 들어온다. 나는 그저 아, 하며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었다. 이처럼 빛나는 정신이 이 지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그저 탄복하면서.

 

시 한 줄을 장식하기 위하여

꿈을 꾼 것이 아니다.

내가 월든 호수에 사는 것보다

신과 천국에 더 가까이 갈 수는 없다.

나는 나의 호수의 돌 깔린 기슭이며

그 위를 스쳐가는 산들바람이다.

내 손바닥에는

호수의 물과 모래가 담겨 있으며,

호수의 가장 깊은 곳은

내 생각 드높은 곳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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