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 말하기 평가, 서평 쓰기, 포트폴리오
*2학기 : 1인 1책 읽기, 독서대화보고서, 포트폴리오
1. 말하기 평가
고교에 있을 때 안 하다가 다시 중학교에 와서 정말 오랜만에 해본 수행평가.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고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스스로 이야기를 준비해서 발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국어과의 수행평가로 제격이다 싶었다. 이야기가 너무 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소 시간을 2분으로 잡았고 3분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자신의 다양한 경험 중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을 먼저 고르고 수업 시간에 다같이 말하기 원고를 작성했다. 원고는 자연스럽게 쓰되 (들어가는 말-본문-경험에서 느끼고 깨달은 점), 이렇게 3단계로 내용을 전개하도록 했다. 원고 작성이 완료되면 개인적으로 원고를 외워오도록 하여 수업 시간에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기준은, 원고 내용(3단계 흐름이 있을 것), 암기, 시선 처리, 성량 등이었다. 학생들이 말을 한번 제대로 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PPT 등의 보조 자료는 전혀 쓰지 않았고 다만 설명을 돕기 위해 칠판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의 점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에게는 재발표의 기회도 주었다. 정말 다양하고도 소소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와서 학생도 교사도 즐거운 평가였다.
2. 서평 쓰기
다같이 교과서 외 작품을 읽고 진행하려 했는데, 말하기 평가에 2주가 소요되어 시간이 부족하여 교과서 작품 및 자신이 평소 에 읽은 작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서 서평 쓰기를 진행했다. 대부분 학생들이 교과서 작품으로 글을 썼고 한 반에서 두세 명 정도가 평소 읽은 책을 선택했다. 수업 시간에는 2문단 쓰기(내용+감상)를 많이 하기 때문에 서평 쓰기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4문단 쓰기로 진행했다. 먼저 개요를 짜고 4문단의 글을 쓴 다음에 교사의 피드백을 받고 그것을 다시 원고지에 옮겨 써서 처음 쓴 글과 고쳐 쓴 글을 다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원래 워드로 작성한 글을 받으려 했는데 우리 학교 아이들이 집에 프린터기가 없는 학생이 많고 컴퓨터실 사용도 어렵고, 이메일로 받아서 내가 출력하는 것 또한 번거로워서 A4 원고지로 바꾸었는데 원고지로 평가하는 것이 아주 수월했다. 학생들이 자신이 쓴 글을 수업 시간에 원고지에 옮겨쓸 수 있어서 수업 시간에 과제를 제출할 수 있었고, 또 학생들이 쓰는 모양을 보면서 내가 고쳐주기도 수월했고, 문단 작성법을 확실히 익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조금 어려워한 수행평가이다.
3. 1인 1책 읽기
교과서의 글이 모두 단편이라 두꺼운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평가이다. 처음엔 모든 학생이 책을 다 읽어낼까 조금 걱정했는데 학생들이 굉장히 즐거워했다. 학생들이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하므로 10종 정도의 책을 서너권씩, 아이들에게 총 40권 정도의 책을 제시했다. 학생들이 직접 책을 사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을 안내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서 책은 학교도서관에서 마련했다. 전교 꼴찌도 읽을 수 있는 쉬운 책부터 수준 있는 독자까지를 모두 배려하고자 했다.
- <완득이> : 소설. 가장 초보적인 독자를 위한 책. 역시나 모든 아이들이 읽어내었다.
- <25년간의 수요일> : 역사. 조금 어려워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잘 읽어서 모두에게 권할 만한 책.
- <평화무임승차자의 80일> : 독립운동가의 여정을 따라가는 기행문. 공부를 좀 하는 아이들이 선택했는데 평이 좋았다.
- <기억전달자> : 중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SF 소설. 소설이 담고 있는 문제 의식도 가볍지 않다. 다들 잘 읽음.
- <로봇 시대 인간의 길> : 난이도 가장 높은 책. 전교에서 두 명만 선택.
- <광고천재 이제석> : 내용도 분야도 참신하고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은 책.
- 그밖에 학교에 원래 복본이 꽤 있어 추가한, 한 권으로 된 <레미제라블>, <삼국유사> 등도 무난히 읽었음. <살아있는 심리학 이야기> 등은 학생들이 읽다가 어렵다고 책을 바꾸었다.
4. 독서대화 보고서
1인 1책 읽기를 선택한 책으로 모둠별 독서대화 진행, 보고서 제출. 이건 실패한 수행평가. 자기 수준에 따라 책을 선택하다 보니 '완득이'를 선택한 모둠은 초보 독자, 다른 책을 선택한 모둠은 고급 독자여서 모둠별로 수행 정도가 너무 차이가 났고, 학생들이 책을 잘 못 읽는 친구를 자기 조에 안 받아들이려고도 하고, 대화에 비협조적인 친구와 싸우기도 하고, 한 마디로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성실하게 활동에 참여한 모둠은 수행 정도에 상관없이 높은 점수를 주는 방향으로 마무리.
교육청은 협력학습을 계속 강조하고 평가에서도 모둠별 평가를 권장하지만, 모둠활동은 '평가' 없이 진행해야 그 의미가 살아나고, '평가'가 개입하는 순간, 아이들은 못하는 친구를 배제하려 하므로, 협력이 아니라 왕따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동안 모둠활동에서 한 번도 아이들이 친구를 소외시키는 모습을 못 보았는데, 오랜만에 모둠별 수행평가를 한 번 해보니, 수행평가는 무조건 개별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말하기를, 다른 친구들이 비협조적이어서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다른 친구가 자기 역할을 다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안심이 안 되어, 결국 마지막 제출본은 자기가 다 하게 되어 있다나. 모둠학습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게 한 평가. (다시는 안 하기로ㅜㅜ)
5. 포트폴리오
이건 그냥 공책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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