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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

당신의 사랑은 어디 있습니까 | 피에르 신부 — 삶은 자유로운 시간을 조금 내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by 릴라~ 2018. 3. 27.

 

알라딘에 중고로 팔 책들을 정리하면서 눈에 띈 책. 2000년 발행이니 약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다시 한번 훑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처음 읽었을 때는 피에르 신부가 이런 가치관으로 이렇게 행동하며 살아온 분이었구나, 정도였는데, 지금 읽어보니 그가 싸우고 있는 프랑스 사회의 모든 문제점(빈부 격차, 실업으로 인한 고통, 고독사, 노숙자,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소외' 등)이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대로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애'를 설파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예전에는 그분의 이상이나 가치관 정도로 여겨졌다면, 우리 사회의 변화를 목격하고 나니, 그분이 왜 그렇게 강렬하게 나눔의 정신을 설파했는지 공감의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프랑스가 이미 겪었던(혹은 겪고 있는) 고통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도 피에르 신부가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과 같은 그러한 종류의 휴머니즘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먼저다'는 선거용 구호가 아니다. 우리 시대는 전방위적으로 새로운 휴머니즘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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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것은 자유로운 시간을 조금 내서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p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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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인슈타인을 만나 핵에너지의 발명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물었습니다. 그는 핵폭탄 개발 실험을 계속하는 것을 처음에는 아주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그에게 나치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입증 자료들을 제시하지 그 순간부터 그는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는데, 저는 이 말을 듣고 무척 놀랐습니다. 

 

"핵무기라는 이 물질적인 폭발은 인류가 직면하게 될 세 가지 폭발 중에 가장 위력이 약한 것입니다. 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인류는 수명의 폭발을 겪게 될 것이고, 이는 물질의 폭발보다 더 많은 혼란을 가져오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영향을 미치는 폭발은 정보의 폭발이 될 겁니다. 오래지 않아 가장 가난하고 미천한 사람들도 온갖 기술에 의해 가난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될 겁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은 자기가 겪는 괴로움이 어처구니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럼에도 자신이 고통당한다는 사실에 분노할 겁니다. 결국 인류는 어쩔 도리 없이 궁지에 몰려서 가진 것을 새로이 나눌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이 들려준 이 놀라운 이야기는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요즘의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한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p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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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부터 우리가 싸워온 주택문제와 실업문제에 이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세번째 문제는 바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시간을 죽이는 이들이 늘어간다는 것입니다. (.....) 우리 시대의 이 세번째 참극은 모든 사람과 관련이 있습니다. 난생 처음 일자리를 구하는 스무 살의 젊은이들, 살 곳도 없고 안정된 일자리도 없어서 감히 가정을 이룰 엄두도 못내는 그들과, 좋은 기술을 가졌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되어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일자리를 다시 얻지 못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더 활동적인 젊은이들에게 밀려 밖으로 내쫓긴 오십대의 일꾼들...... 이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허망한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가겠습니까? 어떤 이들은 그런 대로 빨리 일자리를 찾겠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만성적인 실직상태에 처할 위험성이 매우 높습니다. p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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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태평성대라고 현혹되지 맙시다. 지금 우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빈곤과 소외, 인종차별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한 세기 동안 두 번씩이나 치른 더러운 전쟁과는 전혀 다른 이 공격에 굴하지 않고 대응하면서 품위를 잃지 않는 전투를 벌여야 합니다. 비겁해지거나 눈먼 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회 전체의 결합을 위협하는 이 재앙에 맞서 필요한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임무를 회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각자는 자신의 입장을 선택해야 합니다. 굴복하든지 아니면 모든 힘을 모아 버티고 싸워서 우리를 좀먹고, 경계를 늦추면 나라 전체를 병들게 만들어 진짜 내전을 부추기는, 새로운 유혈 독재체제를 초래할 악을 없애야 합니다. 

 

점점 부유해지는 소수의 부자들이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인구의 대부분이 무한대로 가난에 빠져들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일자리와 미래가 없는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콘크리트 숲 속에서 절망에 갇혀 있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여전히 증오와 인종주의, 나와는 다른 사람에 대한 공포가 증가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 공화주의적 이상에 맞추어 분발해야 합니다. 사회계약의 근원으로 돌아가 상황이 요구하는 위급하고 근본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합니다. pp6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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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애는 하늘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법도 강요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가장 약한 사람, 길가에 버려진 사람을 위해 싸우고, 다른 사람을 거부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불행을 걱정하며 살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조금씩 솟아납니다. p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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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다수는 세상의 좋은 면보다는 세상의 모순에 경종을 울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해는 가지만 이것은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잘못된 것만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이로 말미암아 많은 곳에서 좋은 것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드러나는 선량한 사람들의 모습을 더 많이 언론을 통해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p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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