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사실을 아주 뒤늦게 깨달았소. 내가 그렇게 순진하다오. 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책을 읽을 거라 생각했소. 나는 음식을 먹듯 책을 읽는다오. 무슨 뜻인고 하니, 내가 책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책이 나를 구성하는 것들 안으로 들어와서 그것들을 변화시킨다는 거지. 순대를 먹는 사람과 캐비어를 먹는 사람이 같을 수는 없잖소. 마찬가지로 칸트를 읽은 사람과 크노를 읽은 사람도 같을 수가 없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루스트를 읽건 심농을 읽건 한결같은 상태로 책에서 빠져 나오거든. 예전 상태에서 조금도 잃어버린 것 없이, 조금도 더한 것 없이. 그냥 읽은 거지. 그게 다요. 기껏해야 '무슨 내용인지' 아는 거고.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오. 지성인이라는 사람들한테 내가 몇 번이나 물어봤는지 아시오. '그 책이 당신을 변화시켰소?'라고 말이오. 그러면 그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날 쳐다보는 거요. 꼭 이렇게 묻는 것 같았소. '왜 그 책 때문에 내가 변해야 하죠?'"
"실례지만, 정말 놀랍군요, 타슈 선생님. 경향문학의 신봉자처럼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선생님답지 않으신데요."
"허어, 별로 영리하지 못한 양반일세? 그러니까, '경향문학'이란 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그런 문학이야말로 사람을 절대 변화시키지 못한다오. 암,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문학은 그와는 다른 문학, 즉 욕망과 쾌락의 문학, 천재적인 문학, 그리고 무엇보다 탐미적인 문학이라오."-책에서
오랜만에 정말 쿨~한 소설을 읽었다.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이다. 문장마다 젊은 감성이 물씬 풍겨나고 문학에 대한 작가의 진한 애정이 느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불어로 읽는다면 대화의 맛이 훨씬 살아났을 것 같기도 하다.
책 이야기/소설, 시
살인자의 건강법 - 아멜리 노통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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