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반복되는 꿈을 많이 꾸어서 꿈 분석을 시도한 적이 있다. 자고 일어나서 꿈을 기록한 후에 꿈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작업인데 몇 번 하다가 말았다. 이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서 해석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고혜경 교수가 쓴 분석심리학에 대한 안내서를 보고 다시금 융에 관심이 생겨 꿈 분석을 검색하던 중 김서영 교수의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의 장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여러 내담자의 꿈 이야기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십여 년에 걸친 저자 자신의 꿈을 분석한 책이라는 점이다. 저자가 그간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간단히 설명하고 자신의 삶의 고비에 꿈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진솔하게 풀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꿈에 대해 질문하는 법, 꿈이 현실의 어떤 문제를 반영하며 꿈이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전문가적 배경지식이 없는 초심자도 쉽게 자신의 꿈에 질문을 던지고 해석을 시도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두 번째는 꿈 해석에 있어 프로이트와 융 두 가지 틀을 사용하는 점이다. 이론이 다르니 해석도 조금씩 다르다. 객관주의를 지향했던 프로이트에 기반한 해석이 꿈의 내용 그 자체에 집중한다면, 꿈이 우리 삶을 온전하게 하는 영적 메시지라는 융에 기반하면 꿈 해석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지에 관한 방향성을 담게 된다. 저자는 이 두 가지 해석을 모두 적용하고 다시 이를 종합해낸다. 책을 읽노라면 꿈 해석의 다양성과 함께 꿈의 메시지가 한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저자의 책을 읽고 내가 기억하는 꿈 중에서 그간 전혀 해석이 안 되던 꿈 하나의 의미가 스르르 보여 신기했다. 저자는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으로 알고보니 저서가 매우 많았다. 그가 쓴 다른 책도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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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중심에는 합리적인 계산을 넘어서는 미지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해석은 수많은 미래의 가능성을 뜻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꿈을 분석하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무의식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 드렸습니다. 그 목표는 든든한 나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찾는 여정이란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고, 아무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에도 나 자신을 믿을 수 있는 그런 든든한 주체가 되는 과정입니다. 든든한 정신분석적 주체는 마음속에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내 무의식의 방'을 필요로 합니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대면하고 자신의 서사를 창조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욕망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저는 그 공간을 '자기만의 만다라'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p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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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요약하자면 그 기록은 기능형 인간이 욕망형 인간으로 변화하는 이야기이니다. 저는 이 책에서 사람도 만나지 않고, 지극히 고립되고, 어떤 것도 즐기지 못했던 사람이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받고 사랑하며 삶을 즐길 수 있게 된 과정을 펼쳐놓았습니다. (...) 앞으로도 계속 꿈과 대화하며 미래를 만들어가게 되겠죠. 꿈 분석은 심각한 작업입니다. 왜냐하면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꿈 분석은 신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자신과의 대화가 시작되면, 그 속에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셀 수 없이 다양한 서사들이 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치유란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행동하고, 다르게 결정할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뜻합니다. 그거은 한마디로 가만히 있지 않는 것입니다. 변화를 꿈꾸는 여러분을 자기와의 대화로 초대하고자 합니다. 준비물은 어젯밤 꾼 꿈 한 조각입니다. pp419-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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