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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소설, 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by 릴라~ 2008. 6. 27.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푸른숲,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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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 동생이 미처 가져가지 못한 책들 사이에서
익숙한 책 이름이 눈에 띄었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몇 년 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학생들도 많이 읽은 책이라서 시간나면 한 번 봐야지 했지만 공지영의 소설에 큰 관심이 없던 터라 챙겨서 읽지는 못했다.

사실 공지영은 십여년 전 내가 대학 다닐 때 잠시 좋아한 작가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인간에 대한 예의>. 를 그 시절에 인상적으로 읽었다.

이후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에 실망한 후로는 <고등어>, <봉순이 언니> 등등 이 작가의 어떤 베스트셀러도 나를 별로 유혹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우연히 공지영씨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겉모습도 아름답지만 속이 참 아름다운 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조곤조곤 이야기했는데 그녀의 푸릇푸릇한 감성과 작가 정신에 감동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십여 년 전에 산 책,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정말 십여 년만에 다시 찾아 훑어보며 반가운 추억에 잠겨들었고 신간 <즐거운 나의 집>을 오랜만에 참 '즐겁게' 읽었다.

공지영씨의 작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계속 글을 써왔다는 사실이고 그것을 통해서 계속 자신을 변모시켜 왔다는 사실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그런 점을 내게 확인시켜 주었고 잊고 있었던 이 작가를 다시 발견하고 또 좋아하게 해준 책이었다.

올해 두 번째로 읽게 된 공지영씨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명작이었다. 그녀의 소설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안 읽은 소설도 많지만..) 세 시간 동안 정신없이 읽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엉엉 울면서. 이 세상의 슬픔이 너무 깊어서. 그 끝없는 슬픔 앞에서 목놓아 울었다.

살아갈수록, 기쁨의 크기도 커가지만 슬픔의 크기도 커가는 것 같다. 내가 미처 상상할 수 없는 삶을 산 사형수들의 불행한 삶이 이토록 내 마음을 울린 까닭은 그들의 슬픔의 크기가 우리들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그 슬픔의 원인은 동일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마음이 무뎌지고 굳어진 경험이 있기에
세상 앞에 마음을 꽁꽁 닫아버리고 교도소행으로 귀결된 그들의 인생 행로에 함께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끔찍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다시 부활하는,
다시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범죄자들의 영혼의 빛 앞에서는 감히, 눈이 부셨고, 말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모니카 수녀와 문유정, 김신부, 은수와 윤수, 이들의 만남이 빚어내는 상처의 치유... 용서의 빛깔을 띤 사랑. 그 만남 속에 '진짜 이야기'가 있었기에 상처와 대면하는 이들의 만남은 진정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이 한 명 한 명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복원한 작가의 열정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교도소에서 사형수들을 만나면서 참 행복했다고 하는데 나 또한 이 소설을 만나서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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