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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불평할 의무 | 닐 포스트먼 ㅡ 미련함을 줄이는 방법

by 릴라~ 2018.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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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이 제가 교육전문가들에게 제시하는 전략입니다. 아이들을 지성적으로 만들겠다는, 모호하고 오만해 보이고 결과적으로는 헛된 노력을 포기하고 우리의 노력을 아이들이 미련해지지 않도록 돕는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의미론의 속임수를 쓰면서 말장난을 한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말이 '단지' 의미론적 속임수인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의 역할에 대해 말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필수적인 제한과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게 됩니다. p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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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결론은 미련함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교육 전문가들은 귀중한 시간을 지성이 고정적인가 아닌가, 지성이 유전적인가 환경적인가, 혹은 인종별로 다른가와 같은 의미 없는 토론에 허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토론은 미련함과 관련해서는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미련함은 행동의 형태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라 하는 것입니다. 지성과는 달리 미련함은 비유도 아니고, 시험 점수로 그것이 있음을 알아낼 수 있는 가설적인 구성도 아닙니다. 우리는 미련함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련함은 행동을 바꿈으로써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은 교육자들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결론은 미련함은 대개 후두, 혀, 입술, 이로 행해진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미련함은 주로 말에서 나타납니다. 우리가 말하는 방식은 우리가 마음을 관리하는 방식에 의해 조종되는데, 아무도 이 '마음'이 무엇인지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음이 주로 문장으로 표현된다는 것은 확실히 압니다. 생각할 때 우리는 대개 머릿속으로 문장들을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미련한 생각을 할 때 우리는 미련한 문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의 미련함이 비언어적 행동일 때조차 말은 행동에 앞섭니다. 먼저 스스로에게 말을 함으로써 그 행동이 사리에 맞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말이 행동을 낳습니다. 이는 교육전문가들이 연구해야 할 분명한 주제를 던져줍니다. 불필요한 나쁜 장난, 실패, 오해, 고통을 통제하는 말하기 방식에 대한 연구 말입니다. 


겸손함, 효능감, 분명한 주제. 이것들이 바로 의사들과 변호사들이 가진 것이고, 교육전문가들이 진통제로서의 교육전문가라는 비유를 받아들일 때 성취되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 변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중요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첫째, 우리는 미련함의 해부학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는 분류 체계를 철저히 세우는 일도 포함됩니다. 의사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병을 규정하고 이름을 짓고 그것을 묘사하는 것처럼, 우리는 미련함의 형태를 규정하고 이름 짓고 묘사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두 가지의 교육과정을 개발해내야 합니다. 하나는 선생이 될 사람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사람들을 염두에 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연령의 어린이들에게 여러 가지 주제를 가르치는 학교에서 사용할 교과과정입니다. pp11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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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말해서 잘난 체하는 말하기는 어린 사람들 사이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그들은 쉽사리 그 희생자가 되긴 하지요. 잘난 체하는 말하기와 나이 사이에는 상호 연관성이 있는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대신 어린 사람들은 잘난 체하는 말하기와 연관된 다른 형태의 헛소리 때문에 고통을 당합니다. 이를 저속함earthiness이라 부르겠습니다. 저속함은 정상적인 언어의 형식을 따르는 것보다 직설적이고 음란한 말, 육두문자를 쓰면 진실에 더 가까운 말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합니다. 이것은 잘난 체하는 말하기와 동전의 양면을 구성합니다. 저속함 역시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에 현혹되어서 그 내용의 부재를 알아차리지 못하기를 바라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저속함은 육두문자가 진심을 전하고 정직하며 허심탄회한 것이라고 스스로 믿게 되는 순간 위험해집니다. pp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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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의 또 다른 형태 두 가지 정도를 더 설명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는 일반적으로 미신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미신은 권위의 옷을 입은 무지함입니다. 미신은 보통 단정적인 언어로 표현되지만 식별할 수 있는 사실적 근거는 없는 믿음입니다. (...) 예를 들면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거나 문법 과목 수업을 들은 학생이 글쓰기를 더 잘하게 될 것이라거나 어떤 사안에 대한 지식이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하다거나 하는 생각들이지요. 제 생각에 이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되는 바, 문학이나 다른 인문학적 주제를 공부하는 것이 좀더 품위 있고 자유롭고 관용적이고 문명화된 인간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누군가 저 앞에서 이런 헛소리를 암시할 대마다 저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들이(그들 중 펜타곤에서 일한 이들도 많지요) 지난 이삼십 년 동안 매주마다, 마피아가 생긴 이래로 죽인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 데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려 애를 씁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우리를 과도할 정도로 우울하게 만드는 형태의 헛소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 헛소리는 그 인기가 떨어진 적이 없는데, 슬로건입니다. 슬로건은 주로 연대감을 전달하기 위해 의도된 제의적인 발화로 이루어집니다. 그 바로하 자체는 그 슬로건이 의도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질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한물간 "민중에게 권력을!" 같은 표현들이죠. 이 표현을 슬로건으로 쓰는 일들이 정말 민중이 권력을 모두 가지기를 바랄 가능성은 거의 전무합니다. (...) 우리가 이런 헛소리를 미식 축구 경기장에서의 응원 정도로 제한할 수 있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두는 것입니다. 그러나 슬로건이 누구의 이름으로든지 어떤 사상을 모방하려 하는 한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고,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제가 이런 종류의 멍청함을 이야기한 방식이 불충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들이 우리를 오염시키는 마음의 가장 손상된 상태라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들 중 몇몇이 그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저는 그것으로부터 우리 자신들과 학생들을 구하여 피하게 될 방법을 상상해낼 만한 전문성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우리가 교육전문가로서 활동하는 데 있어 이런 멍청함의 종류들이 초점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 사례로 제출한 것입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art으로서의 교육은 아직 시작단계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과거의 위대한 교육전문가들을 종경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적어도 2500년 동안 의사라 불리는 이들이 있엇고 그들 중 다수가 매우 똑똑했으며 일부는 유용하기조차 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이전까지 의학사 전체는 위약 효과placebo effect의 역사일 뿐입니다. 의사들이 효과적이고 구조적인 치료자가 된 것은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면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최근에 일어난 일입니다. 50년 후에는 교육전문가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pp12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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