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파니2 [네팔] 산을 믿는 사람들 - Annapurna Sanctuary 4 히말라야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혹시나 해서 차창을 돌아보니 그새 안개가 걷히고 달이 휘영청 빛나고 있었다. 달빛 아래로는 희고 푸른 기운을 내뿜는 설산이 고요히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검푸른 밤하늘 사이로 솟아오른 산의 기운이 너무 장대해서 마치 그가 잠들지 않고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네팔은 힌두교도가 많지만 티벳과 마주하고 있는 히말라야 일대는 대부분 불교도이다. 안나푸르나 인근 마을이 고향인 우리 가이드와 포터도 불교도였다. 옆에 앉은 드니스의 가이드에게 종교를 물어보았다. 종교에 대해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무엇을 믿느냐고 묻자 그가 대답한다. “내가 믿는 것은 산이다. 보이지 않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것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나는 눈에 보이는 저 산을 믿는다. 자연을 믿는.. 2008. 3. 2. [네팔] 여행과 현실 사이 - Annapurna Sanctuary 3 울레리에서 고레파니 가는 길. 가이드가 가장 쉬운 날이 될 거라고 말했는데, 그의 예상대로 네 시간 반이면 넉넉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고레파니'라는 입간판이 보이기 시작하자 가슴이 뛴다. 7년 전 여기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병풍처럼 늘어선 안나푸르나 연봉들을 보고 감격했었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 산이 바라다보이는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기대했던 풍광은 나타나지 않았다. 안개가 산 전체를 휘감아 버렸기 때문에. 숲과 계곡을 지나올 때는 조금씩 햇살이 비쳐서 기대를 좀 했는데 날씨는 쉬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았다. 가이드가 선택한 롯지는 예전에 묵었던 바로 그 집. 전에는 이 집이 제일 높은 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 위로 집이 한 채 더 들어섰다. 식당으로 들어가 드럼통을 개조해 만든 난로를 보자 얼.. 2008. 2.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