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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기록/인도, 네팔

[네팔] 산을 믿는 사람들 - Annapurna Sanctuary 4

by 릴라~ 2008. 3. 2.

히말라야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혹시나 해서 차창을 돌아보니

그새 안개가 걷히고 달이 휘영청 빛나고 있었다.

달빛 아래로는 희고 푸른 기운을 내뿜는 설산이

고요히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검푸른 밤하늘 사이로 솟아오른 산의 기운이 너무 장대해서

마치 그가 잠들지 않고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네팔은 힌두교도가 많지만 티벳과 마주하고 있는

히말라야 일대는 대부분 불교도이다.

안나푸르나 인근 마을이 고향인 우리 가이드와 포터도 불교도였다.

옆에 앉은 드니스의 가이드에게 종교를 물어보았다.

종교에 대해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무엇을 믿느냐고 묻자 그가 대답한다.


“내가 믿는 것은 이다.

보이지 않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것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나는 눈에 보이는 저 산을 믿는다.

자연을 믿는 것이다.”


나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히말라야의 신적인 기운,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성스러움,

세속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누구든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이곳은 성지이다.

우리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신들이

하늘 아래 2400km나 뻗어 있는 곳이다.


가이드가 북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롯지 주인의 두 딸과 할머니까지 가세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부르는 폼이 우리 민요와 똑같다.

가이드는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노래를 잘 안 부른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이렇게 민요를 부를 수 있을 때가 참 좋다고.


서로 소리를 주고 받는 가운데 끊임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들의 꾸밈없는 맑은 얼굴이 2700m 산속의 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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