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마을1 눈 내리는 마을 - 김정란 눈 내리는 마을 / 김정란 일년 내내 눈 내리는 마을이 있어요. 거기선 눈물을 흘릴 수 없지요.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가슴의 깊고 끈적거리는 물이 희고 가벼운 날개로 바뀌어 버리거든요. 그 마을의 하늘엔 늘 해 두 개 달 두 개가 떠 있어요. 밤도 낮도 없어요 그리곤 반짝이는 눈이 하루종일 조용히 조용히 내려요. 눈은 쌓이지 않아요. 한 번 있었던 걸로 족하다는 듯 바닥에 닿으면 아슴하게 사라져요. 마을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아요 그냥 조용해요. 그 마을은 어떤 빛으로 빛나는데요. 저절로 빛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어디서 빌려온 건데 아무도 어디서 빌려왔는지 몰라요. 아마 가슴의 상처 밑에 고여 있던 걸까. 그 상처가 이상한 말의 통로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거든요. 그 통로를 통해서 그 마을 .. 2009. 12.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