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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3

제주의 혼에 사로잡힌 남자 - 김영갑 갤러리에서 ⓒ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몇 년 전 이 책을 읽고부터 제주가, 더 정확히는 한 남자가 내 마음 한 켠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사진작가 김영갑. 이십대 후반에 제주에 왔다가 그 야생적인 자연에 반해서 이십년 동안 쉴 새 없이 제주의 오름과 들판과 안개와 바다를 찍었던 남자. 밥값이 없어 굶으면서도 필름을 사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던 남자. 가난 속에서도 매년 전시회를 개최했던 남자. 책에서 그가 유고처럼 펼쳐놓은 글과 사진들은 특별하다는 말만으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그의 삶의 정수였다. 제주의 원초적인 자연 속에서 그가 온몸으로 느낀 ‘삽시간의 황홀’이 글과 사진 속에 밀밀히 배어 있었다. 나는 한 남자의 열정, 고독, 예술혼, 자연에 대한 사랑 앞에 깊이 감동했다. 보기 드문 구도의 정신이었.. 2009. 2. 27.
'한라산'을 가슴에 담다 - 성산일출봉과 우도에서 제주에 있으면서 성산항에서 이틀을 묵었다. 첫날은 올레 1코스를 걷고 나서. 둘째날은 우도를 보고 나서. 제주에서 가장 큰 바람을 맞았던 곳이지만 그곳의 고요한 정취와 밤의 적막함, 휘몰아치던 바람은 내 피부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곳에서 성산일출봉 못지않게 많이 바라본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한라산이다. 제주의 중심부에 자리한 한라산은 날이 맑으면 제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지만, 장소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 제주도가 지금은 개발로 많이 망가졌지만 (특히 요 몇 년 새 길에다 돈을 쳐발라서-.-;, 관통도로로 섬 곳곳을 헤집어놓았을 뿐 아니라 해안 일주 도로는 거의 고속도로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성산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풍모는 신비로웠다.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어서.. 2009. 2. 25.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영갑 (휴먼앤북스, 2004년) 상세보기 읽고 나서 한참 울었다. 사진에 순교한 작가, 김영갑. 제주에 미쳐 혼신의 힘을 다해 제주를 찍다가 훌훌 이어도로 떠난 사람... 욕망으로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이토록 투명하고 눈부신 영혼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가난과 궁핍을 감내하며 오직 필름에만 미쳐 보낸 마흔 여덟의 생애. 루게릭병과 싸운 마지막 6년의 몸부림. 그리고 보는이의 마음을 한눈에 사로잡는 그의 사진. 제주의 오름과 바다와 하늘과 들판을 찍은 그의 사진에는 그 전부를 미치도록 사랑했던, 그래서 마침내 그 모든 것과 닮아간, 아름답고, 눈부시고, 고독하고, 광활한 그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특별한 사진 마다마다에.. 2005.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