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언덕이 있는 나라. 르완다 국토 대부분이 산지여서 붙여진 별칭이다. 북서쪽 국경엔 마운틴고릴라가 사는 화산지대(볼케이노 국립공원), 서쪽 국경엔 키부호수, 남서쪽 국경엔 열대우림(늉웨 국립공원), 동쪽 국경엔 사바나와 호수가 있고(아카게라 국립공원), 중앙은 다 산지다. 내륙국가라 바다는 없다. 르완다 커피원두가 단가가 싸지만 항구까지 운송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높지 않다고 들었다.
해발 1500미터, 우리 같으면 지리산 연봉 쯤 되는 높이의 산에 사람이 다 산다. 우리나라와 달리 바위나 돌이 없고 흙으로만 이루어진 산이다. 사람들은 평지가 아니라 산꼭대기에서부터 집을 짓는다. 물을 얻기는 산 아래가 나은데 날씨가 선선하고 풍토병이 적은 등 다른 장점이 있기 때문이리라 짐작한다. 인구밀도는 아프리카에서 제일 높다. 경상남북도 정도의 면적에 천만 명이 산다.
수도 키갈리도 고산지대에 있다. 키갈리는 내가 만난 도시 중에 가장 갈 곳이 없는 도시였다. 우간다의 빅토리아호수로 이어지는 강이 외곽에 있으나 즐길 만한 곳은 아니다. 도심엔 산책할 공원이나 광장 같은 데도 없고 문화생활을 할 곳도 딱히 없다. 3개관을 가진 극장이 딱 하나 있다. 국립도서관은 잘 지어졌지만 장서 수가 우리 지역도서관보다 적고 바코드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마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노는데 청년들은 어디 모여 있는지 지금도 잘 모른다. 언론, 집회의 자유가 없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교회뿐이다. 모든 종파가 다 들어와 있고 제7일 안식일교회가 세력이 크다.
문화적 인프라가 빈약한 대신에 이곳엔 다른 선물이 있다. 자연이 주는 축복이다. 키갈리는 연중 이십 몇 도의 봄날씨다. 햇살은 강하지만 후덥하지 않아 그늘은 시원하고 실내는 에어컨이 필요 없는 쾌적한 날씨다. 건기엔 흙먼지가 날리지만 우기엔 하루 한 차례 소나기로 맑고 깨끗한 대기가 펼쳐진다. 꽃과 나무, 새들이 많다. 아침엔 새 소리가 잠을 깨운다.
낮에는 자외선이 강해 걷기엔 적당치 않다.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오후 5시에서 6시, 내가 ‘한 시간의 천국’이라 부르는 시간이다. 오후 5시면 햇살이 엷어지고 언덕 아래로 그늘이 드리워져 걷기에 딱 좋다. 아직 어둡기 전, 햇살의 온기와 그늘의 선선함이 조화롭게 섞인 시간, 피부에 착 감기는 부드러운 공기의 감촉만으로도 삶이 이렇게 달콤하구나 느껴진다. 키갈리에서 가장 좋았던 건 날마다 찾아오는 한 시간의 천국이었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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