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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교실 이야기

옛 제자의 뭉클한 편지

by 릴라~ 2020. 3. 6.

 

초임 시절의 나는 화를 잘 내는 교사였다. 열정은 하늘을 찔렀지만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몰랐다. 아이들이 당연히 내 가르침을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아마 내가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아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 때는 그 젊음 때문에 오만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젊음에서 비롯된 매력 때문에 아이들이 화를 잘 내는 교사를 받아들여주었다는 것을 나이가 든 후에 알게 되었다.

 

내가 교실에서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게 된 것은 D공고를 떠나면서부터였다. 그곳에서 보낸 3년의 시간이 다 지나갈 무렵에야 나는 깨달았다. 화가 문제 해결에 일절 도움이 안 되며, 그저 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인격적 미성숙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래서 누가 내 인생의 진정한 스승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아이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요즘은 곤란한 상황에서도 전보다는 안정감을 갖고 대처한다. 친절하게 말로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선생님이란 평을 읽을 때면 교직에서 보낸 시간이 이제 꽤 많이 흘렀음을 실감한다.

 

사람이 자신을 알기란 이처럼 어렵다. 교사가 이러할 진데 한 아이의 성장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할 것인가. 그 사실을 나는 알지 못했고 지금도 종종 잊을 때가 많다. 그래서 과거의 미숙했던, 돌이켜보면 한없이 부끄러운 시절의 나를 좋게 기억해주는 학생을 만나면 내 쪽에서 마음 깊이 고마움을 느낀다.

 

어떤 저자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다(일본 작가인 듯한데 기억 안 남). 보편적인 의미에서 좋은 선생님이란 건 없다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이유로 어떤 학생이 평범한 어느 선생님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에 좋은 선생님이 생기는 거라고. 

 

이 친구가 바로 그렇다. 중학교 졸업 이후 간간이 소식을 전해오곤 했는데,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면서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마지막 부분이 인상 깊어 사진으로 찍어둔 걸 핸폰 사진 정리하다 발견했다.

 

이 친구가 대입을 막 끝내고 찾아왔을 때 여러 상황 이야기를 듣고는 마침 내가 갖고 있던, 산 지 며칠 안 되는 노트북을 선물한 적이 있다. 그 노트북이 7년만에 드디어 수명을 다했다고, 선물한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릴 즈음에 편지가 왔다. 선물한 사람보다 편지 쓴 사람의 마음결이 더 깊고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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