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 김성민(가명) 선생님과는 평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잘 없었다. 서로 바쁘다보니 휠체어를 타는 우리 반 정훈(가명)이가 동아리 등으로 외부 체험학습을 갈 때 서로 전달사항을 주고받는 것 정도였다. 얼마 전 가산 수피아로 1학년 전체가 진로체험학습을 간 날, 이 분과 점심을 먹을 기회가 생겼다. 오전에 쿠킹, 댄스, VR체험 등 위탁체험학습을 마치고 학생들은 도시락을 먹게 되어 있어서 그 시간 지도를 위해 교사들이 먼저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하루종일 붙어서 생활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든 쉬운 일은 아니다. 정훈이 성격도 약간 까다로운 편이라 어려움이 없냐니까 이 학교는 소위 말하는 '꿀보직'이라 하신다. 정훈이는 휠체어를 타는 것 말고는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있는 학생이어서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등하교, 외부 체험시 이동만 보살펴주면 되지만 지난 학교는 아니었단다. 그 전 학교에서 맡은 학생은 '뇌병변'이 있던 학생이어서 1교시부터 7교시까지 하루 종일 붙어서 수업 필기도 대신 해주어야 하고, 화장실 볼일도 스스로 못 봐서 깔데기에 오줌을 받아주어야 했단다.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다 보살펴야 하므로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는 셈이다.
"우와, 그건 부모도 하기 힘든 일인데요." 내가 놀라서 말하자 김성민 선생님은 거기보다 더 힘든 데가 특수학교라고 하신다. 거기는 한 반에 다섯 명이어서 사회복무요원 한 명이 하루에 다섯 명을 보살펴야 한단다. 또 특수학교에는 중증 장애를 지닌 학생들이 많아서 똥오줌 받아주는 것도 여사라 한다. 종일 다섯 명과 씨름하다 퇴근하면 그대로 뻗는다고. 자기가 생각해도 이 분들은 복무 기간을 단축시켜 주거나 보상을 해주어야 할 것 같다고. 사회복무요원들 천여 명이 모여서 합숙하며 서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자기가 얼마나 편한 보직인지 알았다 한다. 그리고 어떤 보직인가를 떠나서 장애 학생들을 돌보며 다른 곳에서라면 결코 하지 못했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사회복무요원이 학교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부터라 한다. 내가 만나뵙긴 처음이다. 곳곳에서 수고하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 20대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아이의 까탈스러움을 잘 받아주고 늘 성실하게 복무하시는 김성민 선생님을 볼 때마다 그 나이 때의 나보다 훨씬 성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핑크 뮬리 만발한 가산 수피아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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