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어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텍스트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글을 읽혀야 한다. 가능하다면 십 년 뒤에도 생각날 그런 글. 학생들의 생활세계와 관련된 글(청소년소설 같은 것)도 있어야 하지만 시야를 넓혀주고 영감을 주는 고전적인(?) 글도 꼭 읽혀야 한다.
중학생이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교양을 넓혀주는 글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최순우 선생의 “부석사 무량수전”은 그런 귀한 글 중 하나다. 어휘가 좀 까다롭지만 4문단의 짧은 글이라 학생들이 따라올 수 있다. 이만큼 학습의 효과가 큰 글이 잘 없어서 교과서의 시시한 글을 빼고 이 글을 온라인수업에 넣었다. 성취기준 (자료를 찾으며 읽기)와 연계하니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이 글의 장점은 많다. 우리 문화재 연구의 1세대인 최순우 선생의 관심사와 업적에 대해서 아는 것도 의미 있고, 무엇보다도 이 짧은 글을 통해 전문가의 문화재에 대한 ‘심미안’을 따라가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작은 사물 하나도 예사로 보지 않고, 관찰하는 대상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그곳에 감도는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이다. 자료 조사를 과제로 내기도 쉽고, 배흘림기둥, 추녀, 서까래 등 우리 건축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필수 어휘도 익히게 된다. 공부할 가치가 충분하다.
최순우 선생의 혼이 담긴 글인데 그래서일까. 부석사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감탄했다는 소감이 많다. 글쓴이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과정을 따라감으로써 세계에 대한 그의 사랑, 즉 글쓴이의 혼을 느끼도록 수업을 설계하는 것!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읽기’를 배우는 이유이다.
<<수업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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