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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친구 온다고 밥 하는 남자

by 릴라~ 2020. 10. 29.


주말에 지인들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D도 부산에서 친구 와서 오후에 만나러 간다고 신경 쓰지 말고 나가란다. 점심 먹으며 D에게 밥 잘 챙겨먹었냐고 전화하니 친구가 집으로 오기로 했다면서 밥이랑 제육볶음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으레 그려려니 전화를 끊는데 지인들이 깜짝 놀란다. 아니, 무슨 남자가 친구 온다고 밥을 하냐고. 여자들도 안 하는데, 블라블라.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남자가 친구 온다고 밥 하는 일이 흔치는 않을 것이다. D는 십 년 넘는 해외생활로 혼자 음식 해먹는 게 매우 자연스러운, 그것이 몸에 밴 남자다. 김치도 종류대로 다 담글 줄 안다. 결혼 전엔 엄마가 해준 김치를 먹다가 결혼 후엔 남편이 한 김치를 먹고 살 줄은 나도 몰랐다.

D가 특히 잘하는 요리는 동파육, 수육 종류와 고등어김치찌게 같은 찌게류, 그리고 제육볶음과 중국식 야채 요리이다. 얼마 전에 한 동파육은 정말 예술이었다. 삼겹살을 한 번 삶고 겉만 다시 굽고 또 한 번 삶았단다. 궁중요리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제육볶음도 내가 한 것과는 때깔이 다르다. 확실히 나보다 손이 곱다. 나는 기껏해야 달걀찜, 된장찌게, 콩나물국 정도. 쓰고 보니 서민 요리다.

대학 졸업 후에 동기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기억도 못하는데, 내가 언젠가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남편이 호텔 요리사라고 말한 적이 있단다. D 요리가 수준급이니 그럼 지금 꿈이 이루어진 건가.



D의 최근 요리>

 

나는 기껏 샐러드, 잡채, 김밥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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