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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동남아시아

[태국] 깐차나부리의 소년 '08

by 릴라~ 2008. 2. 19.



 

는 결국 그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인사는커녕 그는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시종일관 고개를 돌리고 우리들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일행 모두는 뗏목을 젓는 소년의 뒷모습만을 기억할 뿐이다. 노 젓는 솜씨는 훌륭해서 물살을 따라 방향을 잘 잡으며 노를 저어갔다. 강물의 흐름을 타고 있어 노를 저을 필요가 없을 때도 소년은 결코 우리를 향해 뒤돌아보거나 하지 않았다.


뗏목 위에는 여남은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타고 있었다. 나는 이런 종류의 투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방콕의 마지막 하루를 그냥 까페에 앉아 보내려니 어머니가 심심해하실 것 같아서 현지여행사를 통해서 깐차나부리 일일 트레킹을 신청한 거였다. 트레킹이 아니라 농장 방문이라고 해야 할 만큼 시시한 일정이었다. 그 안에 이 30분간의 뗏목 투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도 뗏목 위의 아이들은 무척 즐거운 모양이었다. 노를 젓는 태국 소년과 비슷한 나이로 짐작되는 우리 나라 아이들 서넛이 뗏목 위에서 신나하며 조잘거렸다. 이 두 나라 아이들의 삶은 하늘과 땅만큼 달랐다. 소년의 말없는 뒷모습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현대 문명의 변두기에 사는 사람들이 지닌 부서지지 않은 인간성이 여행자에게는 아름답게 다가오지만, 이들의 실제 삶도 그러할까. 우리 문명의 발전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더 인간적인 문명을 건설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지만, 어린이들을 노동 현장으로 내모는 이런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나는, 내가 문명권에 살고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잠깐 다녀가는 여행자의 시선과 현지인의 삶 사이에는 언제나 건널 수 없는 강이 가로놓여 있다.


뗏목이 나루터에 가까워오자 대여섯 살 먹은 마을 꼬마들이 깡충깡충 뛰며 우리에게 손짓한다. 하지만 소년은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밧줄로 뗏목을 고정시키고는 어느 사이엔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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