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까지 인간으로 남으리라
이 책을 읽으며 프레이리의 위대함에 다시금 감탄했다. 프레이리만큼 내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없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육철학자이자 실천가이다.
이 책은 그의 다른 책과 달리 가벼운 수필 형식의 글이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삶과 교육에 대한 그의 철학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서 좋다.
그는 관념주의와 기계주의를 모두 배격하고, 사르트르가 한 말처럼 세계와 의식이 상호 변증법적으로 발전함을 이야기한다. 그는 정치적 이해와 전문 기술이 다같이 교육 현장에서 소중히 다루어져야 함을 아는, 균형 잡힌 인물이다.
그가 수천만이 굶주리는 브라질의 그 척박하고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음은 놀랍기만 하다. 그의 위대함은 바로 거기에 있다.
나는 프레이리만큼 숙명론을 철저히 거부한 인물을 많이 보지 못했다. 끝까지 인간 존재와 인간 역사의 비결정성을 믿었고, 그 비결정성만큼 인간과 역사엔 희망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희망 없이는 사는 게 아니라고 믿었던 사람.
그는 현실에 그저 적응하고 순응하는 것은 희망 없는 삶이라 말한다. 그래. 우리들 대부분은 희망을 잃고 있다.
프레이리는 이오네스코의 희곡을 예로 들어 삶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표현했다. 그 희곡에서는 모든 사람이 코뿔소로 변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자기 역시 언젠가는 코뿔소로 변하고 말 것을 알면서도 죽는 순간까지 인간으로 남기 위해 싸웠다. 프레이리는 자신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희망, 최후까지 인간으로 남을 거라는 그의 외침은 쉽게 지치고 낙담하는 내 마음을 흔들어 깨운다. 이처럼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 있다니! 이 책은 그의 생애 말년에 쓴 책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젊었다.
그의 망명 생활에 대한 기록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순진한 낙관론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관론자도 아니다. 그는 현실에 철저히 근거한 비판적 낙관론자다.
그는 현실의 한계를 알고 있었기에 고통을 감내할 줄 알았고, 그 고통에 주저앉지 않고 그것을 견디며 희망을 품고 투쟁할 줄 아는, 참 인간이었다.
그의 책을 읽으며 나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세계 속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란 스스로를 발견해가는 존재이다. 인류 역시 긴 역사를 통해서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해가고 있다. 인간은 동물에서 출발했지만, 신이 심어 놓은 씨앗이 내면에 있어서 자기 존재의 존엄성을 발견해 가는 중이다.
그런 탐색의 과정이 없다면 인간은 동물에 불과하다. 하등 나을 게 없다. 그러므로 역사와 문명, 문화는 소중하다.
나 역시 최후까지 <인간>으로 남고 싶다. 어떤 순간에도 <인간다움>을 저버리지 않는 참 인간으로. <희망>이야말로 인간다움을, 인간 삶의 의미를 규정짓는 것이기에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희망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실천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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