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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수업 이야기

새로운 길을 맛보는 나만의 레시피

by 릴라~ 2022. 4. 10.

1) 핸드폰이 아니라 자명종으로 6시 반에 일어난다.
2) 희망찬 마음으로 노래부르며 샤워한다.
3) 머리카락을 빗으며 체조한다.
4) 집을 나서서 보는 친구들에게 인사한다.
5) 친구들에게 윙크 한움큼을 던져준다.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적은 내용이에요.

지난 주, 매호천을 걸을 때 속으로 ‘새로운 길’(윤동주)을 되뇌고 있었어요. 이 작품 감상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생각하면서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하는데 그때 마침 눈앞에 짠~하고 나타난 민들레, 까치..

평소에도 있었겠지만 그간 관심을 안 기울여 못 봤겠지요. 그래서 이 작품 감상은 좀 실천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학생들이 일상에서 ‘새로운 길’의 작디 작은 조각이라도 한 번 맛을 봤으면 했어요. 그래서 과제를 내기로 했어요.

저는 글쓰기는 절대 숙제로 내지 않아요. 아이들이 글쓰기를 싫어하게 될까봐. 그래서 수업시간에만 씁니다. 다같이 쓰면 한결 수월하죠. 젊을 땐 좋은 거라고 무조건 매시간 밀어부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잘 못하는 흑생들이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속도 조절하며 조금씩 천천히 시작합니다.

이번 과제는 일상에서 새로운 길을 맛보는 방법을 수업시간에 ‘레시피’ 형식으로 다함께 작성해보고(요 아이디어는 <유투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에서), 그 레시피대로 등굣길 등 자주 걷는 길에서 각자 새로운 것을 발견해오는 것이었어요. 일주일 시간을 주었는데 오늘이 학생들이 과제를 완료한 시점이라 수업시간에 그 주제로 짧은 글을 썼어요.

수업 끝난 오후, 책상에 앉아 아이들이 관찰한 새로운 길, 그 길 속에 가로놓여 있는 봄의 풍경을 읽노라니 그들 수만큼의 봄이 마음을 스쳐가네요. 올봄을 몇 배나 진하게 경험하는 것 같아요.

오늘도 내일도 새로운 길이라 노래했던 윤동주 시인. 그의 죽음은 비극적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우리에게 새롭게 읽히며 그가 염원했던 대로 늘 새로운 길에서 우리를 기다리는구나 했습니다.

아이들 소감
-윤동주 시인이 ‘새로운 길’을 쓴 이유를 잠시나마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해보니까 재밌었다.
-‘새로운 길’을 읽고 내 길을 걸으니 새롭게 느껴지는 게 많았다.
-매일 걷는 길이라도 마음가짐만 다르면 다른 길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빠서 못 본 게 많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하루를 체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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