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의미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 애쓴 시간이었다.
그것이 삶을 추동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젊음의 빛깔이었다.
공자 선생이 ‘지천명’이라 부른 나이가 코앞인데
세계가 선명하게 잡히기보단
한층 더 부조리한 마라로 다가온다.
삶에 의미와 목적 같은 건 존재하지 않구나 싶기도 하고.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해진” 의미와 목적 같은 건 없다.
존재하는 건 “인연”일 뿐.
난 한국과 인연이 있고
울엄마 아빠랑, 그리고 D랑 인연이 있고
가르치는 일과 인연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을 뿐…
인연의 고리에 의해 여기 있을 뿐
나면서부터 정해진 목적이나 사명 같은 건 없다.
그것이 삶의 무의미를 의미하진 않는데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든 바꾸어가든
자신만의 인연을 펼쳐가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삶의 펼쳐짐과 전개 자체가 의미인 것이지
어떤 의미나 목적을 달성하는데 의미가 있지 않다.
정해진 의미와 목적이 없기에
이것만 가지면, 혹은 성취하면
삶이 의미 있어질 거란 생각은
대부분 우리의 망상이지만
의미에 대한 감각은 중요한 것 같다.
삶이 어떤 방향이든 계속 나아가고 펼쳐진다는 느낌이
우리에게 ‘의미’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고
삶이 무언가 막혀 있고 정체되어 있다고 느낄 때
‘무의미’의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 같다.
무의미의 바다를 통과하고 있다.
낚싯대를 던져보지만 번번히 허탕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 삶에 새로운 의미를 주는 것들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인연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게 맞다.
인연 속에서 다시 길 찾기,
삶을 조금 변주하면서 대단한 의미가 아니라
작은 의미들을 맛보기,
2024년 9월의 생각.
- 캄팔라의 아침
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인생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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