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관현악은 좋아하지만 오페라는 즐기지 않는다.
아주 옛날, 유명한 프라하 팀 공연의 기억,
가수들이 다 훌륭했음에도 3시간이 너무 길고
스토리 또한 공감이 안 갔기 때문이다.
진짜 오랜만에, 한 이십 년만??
대구 오페라축제를 보러 감. 아마 휴직해서 여유가 있어서인 듯하다.
오랜만에 한 번 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한 편은 비발디 작품에다가 카스트라토 어쩌고
다양한 소리의 어울림이 있다는 광고에 속아서 티케팅,
또 한 편은 창작 오페라인데 '이육사 시인'에 관한 것이라
어떻게 내용을 구성했을지 궁금해서 선택했다.
결론. 두 편 다 대실망.
먼저 비발디의 <광란의 오를란도>. 하아...
광란의 오를란도가 아니라 좀이 쑤심의 오를란도다.
관현악 연주는 참 좋았다.
바로크 음악이라 더 차분하고 성가곡 느낌?
하지만 마법사가 묘약을 바르면 사랑에 빠지고 어쩌고
전혀 공감 안 가는 스토리에 가수들의 소리도 충분히 들리지 않았다.
인터미션이 두 번이나 있는 장장 3시간 공연,
1시간 간신히 보고 고민하다가 1시간 더 봤으나
결국 마지막 타임은 안 보고 귀가.
흐음, 역시 난 오페라 스타일이 아니야.
그리고 <264 그 한 개의 별>
하아... 계속 별이 등장하는 노래가 나오는데 왜 별이냐교???
별은 윤동주라구, 윤동주...
차라리 청포도로 하든가...
3막 공연인데 내용도 매우 진부하고 노래 가사도 진부하고
대체 작가가 이육사 생애는 연구하고 대본을 썼나 의심 가고...
특히 2막, 이육사의 사랑 이야기는 넘 뻔해서...
가장 이해 안 가는 건 공연에서 청년 이육사,
문학 이육사, 투쟁 이육사가 각기 다른 가수가 등장하는데
아니, 그렇게 설정할 거면
문학 이육사와 투쟁 이육사 간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든가...
대체 왜 저렇게 나누었는지도 이해 안 가고...
그리고 이육사 영혼의 벗 S가 나오는데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의상이 그게 뭐야...
아프리카 추장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고 덕지덕지...
몰입을 전혀 못하고 2시간 내내 졸았다.
뜬금 없지만 한강 작가가 얼마나 수려한 문장을 쓰는가
돌아오면서 그 생각을 했다.
가사의 시적 울림이 너무 부족한 노래들이었다.
작곡은 무난하더만...
파리 팀의 <노트르담 파리> 수준이 넘 높았나?
그건 좋아서 세 번이나 봤는데...
그런데 오페라하우스는 마이크를 안 쓰나?
대여섯 번째 줄에 앉았는데도 가수 노랫소리가 약하니...
암튼 당분간 오페라와는 안 친할 것 같다.
맨 아래 사진은 오페라하우스 가는 길에 본 삼성상회 건물.
삼성의 출발이 대구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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