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때문에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데
문득 뒤에서 누가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말없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황홀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눈보라가 갑자기 물러나면서
마차푸차레가 그 장엄한 얼굴을 드러낸 것.
해질녘 푸른 하늘 아래 빛나는 설산 마차푸차레...
마치 신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앞서가던 이들을 소리쳐 불렀다.
묵묵히 앞만 바라보며 걷던 이들도 마차푸차레를 보고
풀쩍풀쩍 뛰며 기뻐한다.
우리 앞에서는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쳤지만
우리 뒤로는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사진기를 꺼내는 동안 날씨는 점점 맑아졌다.
그간의 걱정과 두려움이 눈녹듯 사라지고
우리는 환희에 차서 베이스캠프를 향해 마지막 걸음을 내딛었다.
*마차푸차레는 6993m이지만 네팔리들이 성스럽게 여겨서 등반이 금지된 산입니다. 마차푸차레는 '물고기의 꼬리'라는 뜻인데, 산의 정상 부근이 물고기 꼬리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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