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니, 얼굴이 퉁퉁 부어 있다. 아침을 먹는데 다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한다. 이곳을 목표로 걸어왔는데 두통 때문에 아름다움을 즐길 겨를이 없었다. 식사를 끝마치자마자 모두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날씨가 좋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정신 없이 두 시간여 내려오니 두통이 씻은 듯이 없어졌다. 그제서야 우리 모두는 한숨 돌리고 베이스캠프를, 그곳에서 보았던 거친 산세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4130m에서는 숨쉬기가 힘들었다. 고소 증세와 두통으로 오래 머물 수 없는 곳...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잠깐 다녀갈 뿐이지만, 산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한 인간이 체험하는 시간의 범위 안에서는 아마 영원히...
내려 오자 가슴 답답증도 사라진다. 심호흡을 했다. 생명이 살지 않는 곳에서 느꼈던 생명의 떨림을 떠올리면서. 꿈결처럼 딴 세상에 잠시 있다 온 것 같았다.
날이 계속 맑기를 바랐는데, 낮부터 구름이 계곡 사이로 몰려와 산 전체를 덮어버린다. 날씨는 5분 간격으로 바뀌더니 히말라야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