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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국내/여행 단상

박수기정 넘는 길 - 제주올레 9코스

by 릴라~ 2009. 6. 10.
 



제주 올레길의 매력은 아기자기한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 그 길 사이사이에서 만나는 산과 오름과 계곡, 그리고 그곳을 채우고 있는 바람, 파도, 바위, 갈대, 들꽃, 뭍 생명들이다. 지리산과 같은 장중함은 없지만, 화산섬이라 그런지 작은 섬 안에 다채로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빈 해변이 이토록 아름답구나 하고 느낀 곳이 제주이다. 자연 그대로의 길이 아주 길지는 않다. 이 길이 30분만 계속되면 좋겠다 싶지만 야생적인 해변이나 숲길은 때로는 5분, 10분만에 끝이 난다. 그리고 인가와 사람들이 만든 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이것은 올레길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원시적인 자연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만나는 길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처음 걷기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제주올레는 굉장히 편안한 길이 될 것 같다.


어떤 여성분이 9코스가 인적이 드물어서 조금 무서웠다고 이야기했는데, 나는 9코스가 참 좋았다. 아마 그 분은 등산 같은 것을 별로 즐기지 않는 분이었을 것 같다. 험한 산길에 비한다면 9코스의 안덕계곡길은 평화롭고 다정한 길이다. 사람마다 길을 바라보는 기준이 다른데, 올레길은 그런 다양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만큼 스펙트럼이 넓다. 나는 야생적인 길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제주민들이 사는 작은 마을길도 정겨웠다. 제주에는 아직 마을길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었고, 그 길을 걷노라면 그렇게 작고 예쁜 동네에서 살아보고도 싶다.

9코스는 박수기정이라는 절벽을 넘으면서 시작된다. 박수기정을 넘어가다보면, 작은 밀림을 통과하게 되는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그런지 풀잎 하나도 제 모습 그대로 싱싱하게 살아 있다. 규모는 아주 작지만, 그 생생한 자연의 느낌은 뉴질랜드의 숲을 연상케 했다. (이 길은 땅 주인의 요구로 다른 길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이런 밀림은 아마도 사람이 찾지 않는 강원도 깊은 곳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걸은 올레길 중에서 잊혀지지 않는 몇 곳 중 하나이다.

* 걸은 날. 2009. 4. 25



(박수기정)





박수기정에서 내려다본 대평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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