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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데이... 문득 그녀가 그리워졌다. "태양과 달과 별, 우리가 사는 이 섬을 에워싸고 흐르는 강, 만에서 부는 미풍 등에서 아무런 기쁨을 만끽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 세상 비참함의 극치에 덩달아 한몫 거드는 셈이다." (도로시 데이)
학생 때 그녀의 글과 그녀의 삶에 반해서 진짜 인생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사회주의자로 출발해서 '가톨릭 노동자'를 창간한 저널리스트이자 '환대의 집'을 운영하며 평생을 노동 운동에 투신했던 인물. 옛날에 읽던 책은 선물하고 없는 지라 새로 책을 샀다.
그녀는 평생 수많은 글을 써왔는데 이 책은 그 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모아놓은 선집으로 194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기까지 도로시 데이가 처했던 시대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왔는지 잘 드러난다.
그녀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초자연적인 신의 사랑에 깊이 이끌렸으며 전쟁과 빈곤으로 얼룩진 세상 한복판에서 '정의'를 살려내고자 했다.
그녀는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구원받으리라'는 도스토옢스키의 말을 즐겨 인용했다. 그녀에게 환대란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로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기 마음을 개방하는 것이었다.
글을 읽으며 그녀가 겪었던 어려움과 고뇌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그것에 정직하게 대면하고 맞서 나갔던 그녀의 균형 잡힌 인격에 감명을 받았다. 그녀의 풍부한 인간성과 따스한 매력, 지칠 줄 모르는 용기는 다시 봐도 인상 깊었다.
'가톨릭 노동자'의 공동 운영자였던 피터 모린의 삶은 더욱 감동적인 것이었는데, 프랑스 출신의 농부이자 사상가인 그는 현대판 성 프란치스코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평생 한 벌의 옷으로 지낸 그는, 경신, 경작, 경문의 공동체를 꿈꾸었다. 그는 자본주의도 프롤레타리아 혁명도 모두 불신했으며 개개인의 '인격주의적 혁명'을 주장했다. 그러므로 기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즉시 새롭게 가치를 정립하여 새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좀더 선해질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작게나마 실제적으로 시작하고자 했던 그의 소망은 도로시 데이와의 만남을 통해 '가톨릭 노동자' 운동으로 구체화된다. 피터 모린은 놀랄 만큼 진지하고 아름다운 인물이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도로시 데이라는 사람에만 주목했다면 이번에 읽을 때는 당시 미국의 사회상, 매카시즘의 광풍과 도시 빈민들이 처한 비참한 삶의 조건이 더욱 절실하게 와닿았다.
나는 말하는 사람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신념을 '삶'으로 어떻게 증명해 보이는가이다.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삶의 괴리 때문에 안타까워하고 그 둘을 통합하려 애쓰는 사람이 고귀해 보인다. 우리에게 필요한 물음은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보았는가가 아니라 무엇에 자신의 삶을 바칠 것인가이다.
삶은 수많은 'Yes'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우리 마음이 '선'과 '아름다움'에로 이끌릴 때 용기를 내어 'Yes'라고 응답하기.삶은 그렇게 일상의, 나날의 크고 작은 선택과 결단이 모여 이루어진다. 한 걸음 내딛으면 다음엔 두 걸음을 더 갈 수 있다.
선택하고 결단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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