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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체인징 마인드 - 하워드 가드너

by 릴라~ 2005. 10. 4.

체인징 마인드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하워드 가드너 (재인,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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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지능이론으로 유명한 하버드대의 가드너 교수가 마음의 변화를 비즈니스적 측면과 결부시켜 기술한 책이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마음’ 그 자체보다는 '마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 마음은 하루 동안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바뀌는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마음의 변화는 '중요한' 마음의 변화로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변화 즉 실체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힘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말한다.

1부에서는 마음의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일곱 가지 지렛대로 이성, 연구 조사, 동조, 표상의 재구성, 자원과 보상, 실제 사건들, 저항을 꼽았고, 이 지렛대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여 힘을 발휘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인지주의적 관점에서 마음의 내용과 형식을 고찰했다. 마음은 정신적 표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신적 표상은 개념, 이야기, 이론, 기술로 구체화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의 변화는 어릴 때는 일어나기 쉽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은 놀라울 만큼 보수적이어서 일찍이 형성된 이론, 개념, 이야기, 기술은 변화에 저항한다. 신념이란 정말 쉽게 굳어지지만, 일단 굳어진 다음에는 고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피아제와 프로이트의 연구를 통해 저자는 인간이 세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진화된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종족 번식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지적해낸다. 인간의 마음은 진실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위해 유아기 때는 매우 쉽게 배우지만, 반면 그렇게 한번 배운 신념은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성인이 된 후에도 마음의 변화를 촉진하는 가장 큰 계기는 환경 변화이다.

저자는 변화 자체가 굉장히 어려움을 강조했다. 삶이 부서져서 마음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경우에도 그 몇 년이 지나면 다시 옛날 상태로 돌아가기 쉬울 정도로 우리 마음은 변화에 저항한다고 말한다. 과거와의 연결 고리를 끊는 것, 현재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얻어야 할 자유의 내용일 것이다.

그러므로 체인징 마인드는 우리를 자유의 길로 초대하고 있다.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서 자신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 때, 습관의 고리를 과감히 끊을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것이다.

2부에서는 여러 차원에서 마음의 변화의 실례를 들고 있다. 대처와 클린턴은 국가적 리더쉽의 예이다.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대중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공유할 수 있는 메시지를 분명하고 호소력 있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대처의 경우에 그의 확고한 신념과 삶의 궤적이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었으며, 클린턴은 상충하는 의견들을 부드럽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며,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인간적 매력이 큰 몫을 했다.

그러나 국가를 초월한 리더쉽의 경우에는 여기에 더하여 가치의 진정성이 문제가 된다. 만델라와 간디, 모네처럼 아무런 조직의 도움 없이도 전세계에 영향력을 미친 인물들이 그 예이다.  간디와 만델라의 삶은 한 개인의 운명을 초월하여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 그 까닭은 그들의 꿈과 이상이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었고, 그 이상을 특별히 아름답게 실천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매우 감동적이다.

간디가 지닌 ‘진리’에 대한 철저한 신념, 비폭력 투쟁, 손수 물레를 돌리며 영국으로부터의 자립을 외친 그의 행동 방식은 사람들의 가슴에 파장을 일으켰다. 만델라 역시 단순한 정치가가 아니었다. 27년간의 감옥 생활에도 꺾이지 않는 그의 정신, 석방된 후에는 누구도 분열을 종식할 수 없으리라 믿었던 상황에서 반대파들과의 화해를 이루고 평화를 정착시킨 그의 업적은 한 편의 놀라운 드라마이다. 만델라는 탁월한 의사소통능력을 발휘했다.

모네는 조금 다른 예가 되겠다. 그는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정치가는 아니었지만 유럽공동체에 대한 이상을 품고 배후에서 그 길을 차근차근 준비한 전략가였다. 당시 유럽은 세계 대전으로 갈가리 찢어져 있었다. 그 와중에서 유럽 통합을 꿈꾼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상식 밖의 이야기겠지만 모네는 좌절이야말로 기회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역사가 움직이는 방향을 알고 있었고, 그러기에 그의 비전은 유효했고, 결국 그의 사후에 유럽 통합은 실현이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김구 선생이 떠올랐다. 상민 출신에 불과한 그가 양반들이 득실대던 임시정부의 수반이 되기까지 그의 생애에는 매우 극적인 순간들이 많았다. 그는 혁명가인 동시에 사상가였으며, 민중의 마음을 휘어잡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암살의 배후로 지목된 사람들조차 백성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그의 장례식에 모습을 나타내야 했다. 김구가 말한 ‘나의 소원’, 대한국민이 모두 성인이 되기를 소망한 그의 비전 역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아울러 적대 세력을 비롯하여 많은 상반된 평가에 둘러쌓여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지난 2002년에 아무 정치적 기반 없이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의 설득의 기술도 검토해볼 가치가 있으리라.

그밖에 동질적인 집단 혹은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에 대해서도 저자는 많은 장을 할애해서 설명한다. 2부의 내용에 불만이 있다면, 그가 중립적인 관점에서 마음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시에 대한 설명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대처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으리라.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변화'라는 화두를 받았다. 20세기에 극에 달했던 전쟁과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참으로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인격적 혁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변화’야말로 21세기의 진정한 화두일 것이다.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교육은 의미 없다. 교육이 추구해야 할 변화의 방향과 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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