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문화는 어떤 경우든지 개성을 파괴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일까, 융은 인간이 자신의 영혼을 잃게 되는 나이가 35세라고 했다. '사회화'가 어느 정도 완료되는 시점이다. 사회화는 어느 정도 필요한 면이 있으나, 이 과정에서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이 그림자가 된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삶의 어느 순간, 위기나 그밖의 특정한 순간에 행동으로 옮겨진다.
우리 자신의 능력을 한쪽 방향으로만 발달시킨 결과는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의미 상실, 중년의 위기, 혹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왜 사생활에서 그렇게 많은 어려움을 겪는지 등이다. 뛰어난 이들의 그림자는 대개 그들의 아내나, 자녀, 가족, 가까운 이들에게 투사되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한다. 이 관점은 왜 위대한 문명을 이룩할수록 왜 파괴성이 증가하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세련되고 규범화된 사회일수록 그 반대극도 증가한다는 것. 현대 사회에서 폭력이나 파괴, 잔혹한 성묘사 등을 다룬 영화가 왜 그렇게 인기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융은 그림자 속에 엄청난 에너지가 숨겨져 있음을 통찰했다. 그리고 그림자를 인식하고 이를 현명하게 다룰 때 우리의 창의성을 파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발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융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인간의 전인성이다. 그가 말하는 완전성은 자아와 그림자의 모순이 통합된 성숙한 인간이며,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인간 존재의 '신성함'이다.
"나는 선한(good)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whole) 사람이 되고 싶다(칼 융)."
인간의 진보는 결국 자연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한 것 같다. 문명과 자연이 충돌할 때 결국 자연이 이기므로. 인간은 한 생명체로서의 고유한 생물학적 경향성을 갖고 있으며, 우리의 문명이 이러한 자연에 기초해서 진화할 때만, 파괴와 야만에 떨어지지 않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삶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하기 위해 건강한 방식의 일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건 소로우가 날마다 4시간 이상을 걸은 이유이기도 하다. 일탈을 통해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로우가 그랬듯이 자신에게 잘 맞고 내적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하는 것이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 같다. 사회와 대결하는 가운데, 때로는 발맞추어 가면서.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인간의 내적 불균형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사회 구조가 인간의 내면에 가져오는 분열과 불균형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던져주는 책이다. 얇아서 더욱 좋다.
책 이야기/철학, 심리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로버트 존슨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