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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철학, 심리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로버트 존슨

by 릴라~ 2009. 12. 24.

조직 문화는 어떤 경우든지 개성을 파괴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일까, 융은 인간이 자신의 영혼을 잃게 되는 나이가 35세라고 했다. '사회화'가 어느 정도 완료되는 시점이다. 사회화는 어느 정도 필요한 면이 있으나, 이 과정에서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이 그림자가 된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삶의 어느 순간, 위기나 그밖의 특정한 순간에 행동으로 옮겨진다.

우리 자신의 능력을 한쪽 방향으로만 발달시킨 결과는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의미 상실, 중년의 위기, 혹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왜 사생활에서 그렇게 많은 어려움을 겪는지 등이다. 뛰어난 이들의 그림자는 대개 그들의 아내나, 자녀, 가족, 가까운 이들에게 투사되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한다. 이 관점은 왜 위대한 문명을 이룩할수록 왜 파괴성이 증가하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세련되고 규범화된 사회일수록 그 반대극도 증가한다는 것. 현대 사회에서 폭력이나 파괴, 잔혹한 성묘사 등을 다룬 영화가 왜 그렇게 인기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융은 그림자 속에 엄청난 에너지가 숨겨져 있음을 통찰했다. 그리고 그림자를 인식하고 이를 현명하게 다룰 때 우리의 창의성을 파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발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융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인간의 전인성이다. 그가 말하는 완전성은 자아와 그림자의 모순이 통합된 성숙한 인간이며,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인간 존재의 '신성함'이다.

"
나는 선한(good)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whole) 사람이 되고 싶다(칼 융)."


인간의 진보는 결국 자연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한 것 같다. 문명과 자연이 충돌할 때 결국 자연이 이기므로. 인간은 한 생명체로서의 고유한 생물학적 경향성을 갖고 있으며, 우리의 문명이 이러한 자연에 기초해서 진화할 때만, 파괴와 야만에 떨어지지 않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삶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하기 위해 건강한 방식의 일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건 소로우가 날마다 4시간 이상을 걸은 이유이기도 하다. 일탈을 통해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로우가 그랬듯이 자신에게 잘 맞고 내적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하는 것이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 같다. 사회와 대결하는 가운데, 때로는 발맞추어 가면서.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인간의 내적 불균형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사회 구조가 인간의 내면에 가져오는 분열과 불균형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던져주는 책이다. 얇아서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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