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정신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그가 선생을 만나느냐 만나지 못하느냐, 바로 그것이다. 그가 과연 진짜 사람을 만나느냐, 진짜 인격을 만나느냐, 그것이 요점이다." (pp10)
이현주 목사가 번역한 이 얇작한 책은, 저자인 마이다 슈이치가 자신의 스승 아케가라수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그래서 책 제목이 여시아문, '이와 같이 나는 들었노라'이다.
딱히 특별한 내용이 없는 이 책이 특별한 빛을 발하는 까닭은, 저자가 참된 스승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배움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에게 참된 선생이 없다면 불교를 배우지 않는 게 더 좋을 것이다."(pp11) 그에게 불교는 추상적 개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한 인간을 만나는 것이었다.
저자는 열여덟살에 아케가라수를 만난 이후로 평생을 스승의 가르침을 흠모하고 실천하며 살아간다. "나의 전존재가 그의 품 안에 묻혀버릴 때, 비로소 그를 참선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pp55) 저자에게 그는 진리/무상/공의 현현이었다. 대자유를 몸소 보여주었고, 스스로 선생이 되고자 하지 않았으며, 학생이 자신을 흉내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선생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자기 자신이 되도록 이끌었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 사제간이라기보다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로서의 지극한 사랑이 감동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면, 참된 만남이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구원이고 삶의 완성이자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뒤로, 우리의 가장 큰 소망은 참사람(진인)을 만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일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으로 다입니다. 더 바랄 게 없지요. 그런데, 그 사람은 오직 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우리 인생은 그를 만남으로써 목적을 이루게 됩니다. 그 만남에서 우리네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 발견되는 겁니다."(pp78)
"학자들은 종교를 책에서 공부하지. 그러나 그들은 진짜 사람한테 깨어지는 법이 없어. 그들이 안 좋은 것은 그 때문일세. 그들은 철저하지 못해."(pp64)
"나는 아케가라수 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나로서는 그를 떠나서 불법이 있을 수 없다. 그가 불법이다. 그가 석가모니 자신이다. 만일 이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면 나의 일생도 실패작이다. 그러나, 그래도 좋다. 나는 만족하면서 죽을 것이다."(pp34)
책 이야기/철학, 심리
이와 같이 나는 들었노라 - 마이다 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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