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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철학, 심리

푸코의 맑스 / 미셸 푸코 대담

by 릴라~ 2009. 7. 14.
내가 책을 쓰는 것은, 관심이 가는 주제에 대해 내가 무엇을 생각할지 아직 모르기 때문입니다. 책을 쓰는 동안, 그 책이 나를 변화시키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바꿔 놓지요. 결과적으로, 각각의 새로운 작업은 내가 그 전의 작업으로 도달한 생각들을 크게 바꾸어 놓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이론가라기보다는 실험가입니다. 나는 다양한 연구 분야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연역적인 체계를 발전시키지 않습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바꾸고, 이전과 같이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책을 씁니다. (pp31)

현상학자들의 경험은 기본적으로 "생활 경험"이라는 어떤 대상을 가지는 매일의 일시적 형태 속에서 성찰적 응시를 통해 그것을 파악하려는 방식입니다. 그들은 이를 통해 그것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하지요. 반대로, 니체, 바따이유, 블랑쇼는 경험을 통해 생의 불가능성에 가능한 한 가까이 위치한, 한계 혹은 극한에 놓여진 삶의 지점에 도달하고자 합니다. 그들은 강렬도와 불가능성의 최대한을 동시에 헤아려 보려고 하지요. 반면에, 현상학자들의 작업은 본질적으로 일상적 경험과 연결된 가능성들의 전체 영역을 펼쳐나가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현상학은 주체와 자기,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초월적 기능의 기본적 특성을 재확인하기 위해 일상적 경험의 의의를 파악하려 합니다. 반대로 니체, 블랑쇼, 바따이유에게 경험은 오히려 주체를 그 자체로부터 "뿌리뽑는" 일입니다. 주체가 더 이상 예전의 주체일 수 없는 방식으로, 혹은 주체의 소멸이나 분해에 이를 수도 있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내가 이 저자들로부터 배운 근본적인 교훈은, 이러한 주체 해체 작업, 즉 주체를 그 자체로부터 찢어내는 "한계-경험"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훈으로 인해, 나는 내 완성된 책들이 얼마나 지루하든지 혹은 얼마나 박학다식하든지 간에, 항상 그 책들을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뿌리뽑고" 나를 똑같은 상태로 있지 못하게 하는 직접적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pp36)

그 책은 우리를 바꾸는 경험으로서 읽혀지고 있습니다. 그 경험은 우리로 하여금 항상 같은 상태로 존재하지 못하게 하며, 이 책을 읽기 전 사물이나 타자들과 맺었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그 책이 나 자신만의 경험을 넘어선 확장된 경험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우리는 현대인에게 있어 그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각과 관련된 변환이 이미 진행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책은 이미 진행중이었던 것을 그저 기록한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 책은 또한 이러한 변환을 위해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즉, 그것은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하나의 행위자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보기에 그 책은 "진리-책"이나 "논증-책"에 대립되는 하나의 "경험-책"입니다. (pp46)

우리는 다른 세계와 다른 사회를 원할 뿐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나아가, 스스로를 변환하기를 그리고 관계들을 변혁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즉,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를 원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내가 당신에게 이야기했던 헤겔주의, 즉 우리가 대학에서 배웠던 "연속적인" 명료성의 역사 모형을 가진 헤겔주의가, 우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명확했습니다. 주체의 우위와 그것의 기본적인 가치를 확고히 유지했던 현상학이나 실존주의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반면에 사람들은 니체에게서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그것은 불연속의 사상, "인간"을 넘어서는 "초인"의 선언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따이유에게서 주체가 가진 불가능성의 한계에서 주체가 분해에 이르거나 스스로를 벗어나게 되는 "한계-경험"이라는 주제를 발견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핵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그것은 하나의 탈출구, 즉 전통적 철학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p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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