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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철학, 심리

논어 한글역주 1~3 - 김용옥

by 릴라~ 2009. 6. 23.

논어 번역본을 예전에 사놓고도 읽지 못했는데, 김용옥의 해설이 붙은 이 책은 참 재미나게 읽었다. 이 책의 장점은 논어 속에 드러난 공자의 삶과 그 주변 인물들의 드라마를 생생하게 복원한 것이다. 논어에 대한 최신 이론과 학설들을 언급하여 새로운 의미로 논어를 해석하는 점도 좋다. 김용옥의 목소리를 따라가노라면 왜 동양에서 공자의 논어가 서양의 성경과 맞먹는 가치를 지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논어는  學而時習之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라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된다. 김용옥은 공자의 은 그냥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이해 구조라고 말한다. 역시 예습/복습이 아니라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공자는 평생을 때에 맞추어 끊임없이 정진하며 삶의 기쁨을 맛보았던 사람이다. 그 기쁨은 사방에서 뜻을 찾아 모여드는 동지들이 있어서 더욱 풍성해졌다.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얼마나 기쁜가. 이 때의 벗(朋)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동지, 개인적 친구가 아니라 학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공자 집단은 학을 위한 최초의 자발적 집단이었다. 이런 동지들이 큰 뜻을 위해서, 배움을 위해서, 정치적 개혁을 위해서, 먼 곳에서 찾아왔으니 이는 공자의 삶에서 큰 기쁨일 수밖에 없다. 

천민 출신이면서도 일찍이 배움에 뜻을 두었고, 또 그것을 세속 정치 속에서도 실현하고자 한 공자. 현실의 장벽에 막혀 번번이 좌절하고 말았지만, 그는 그 속에서도 평생 배움의 한 길을 걸었다. 그리고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라는 유명한 구절이 말해주듯이, 한 인간이 배움의 도정 끝에 다다를 수 있는 이상적인 지점을 자신의 생애를 통해 증명했다.

김용옥은 그의 삶의 자유로움은 오히려
 노자와 통하는 바가 있으며, 주자학이나 세속 통치 원리로서의 유교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고 말하고 있다. 
한 구절 한 구절 속에서 공자와 안회, 자로 등의 인물들을 생생하게 복원해낸, 그리고 그들이 추구한 큰 '뜻'을 잘 살려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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