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펼치고 잠시 놀랐다. 이 큰 글씨, 이토록 넓은 줄 간격....헉..! 이렇게 독자의 눈을 배려한(?) 책은 오랜만에 본다. 책 표지는 근사한데 속 편집은 조금 허접해 보인다. 하지만 어쩌랴,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책은 이 한 권 뿐인 걸. 사진은 꽤 괜찮다.
이 책은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 철학과 그가 감독을 맡은 3년간의 롯데 팀의 성적과 명승부들을 그려나가고 있다. 말 그대로 가벼운 스케치 정도의 글이다. 본문도 그렇고 야구 선수들과의 인터뷰도 그렇고 좀 더 심도 있는 분석이나 해설이 아쉽다. 아무래도 나는 평전 스타일의 글을 기대했던 것 같다. 로이스터의 선수 시절 이야기와 그가 감독으로서 왜 그런 야구 철학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책의 내용은 소략한 편이다.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 철학은 한 마디로 'No Fear'. 두려움 없는 야구다. 무엇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결과에 대한 불안이다. 그는 승부에 집착하기보다는 재미있는 야구, 두려움 없이 덤벼드는 야구, 일단 해보는 야구를 추구했다. 그것은 최하위권을 맴돌던 롯데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가져온다. 비록 우승의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의 리더십은 분명 성과를 거두었고 팬들의 가슴에 '야구란 무엇인가' 하는 영감을 남겨주었다.
어쩌면 그와 롯데의 마지막 경기가 될 지도 모르는 중요한 승부처에서 롯데가 큰 점수 차로 패했을 때 그가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했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이것이 야구라고. 그리고 여기까지 온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너무 흔히 쓰여 그 말의 참뜻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그저 열심히 한다는 뜻이 아니다. 실패에 대한 마지막 한 가닥 두려움조차 녹여버리고 자신을 던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을 설명하는 말이다. '꿈'이란 게 있다면 그것은 도달점이 아니라 로이스터 감독이 말했던 'No Fear'처럼 그곳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성취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꿈은 우리가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한 언제나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야구 그 자체에 대한, 야구의 과정에 대한, 야구의 결과에 대한 로이스터의 긍정의 힘 또한 그러한 태도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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