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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일본

도쿄에서 야스쿠니 신사와 국립박물관을 보다 '16

by 릴라~ 2017. 3. 1.

도쿄의 첫인상은 기대와 달랐다.
서울보다 크고 화려한 도시일 거라 생각했는데
수도보다는 지방 도시란 느낌이 들 정도로 차분하고 수수했다.
듣자하니 도쿄의 많은 빌딩들이 1980년대 거품경제 시기에 세워진 것이고
이후 신축된 것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그 시기 긴자 거리의 술집들은 말 그대로 돈을 쓸어담았다고 한다.
지금의 긴자 거리는 거품경제 시절의 호황은 끝이 났지만
여전히 세련되고 풍요롭고 볼거리가 많았다.
백화점의 은은한 간접조명이 눈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나이든 사람들의 차림새 또한 단아하면서도 우아했다.

그밖의 거리 풍경은 한국과 유사했다.
녹색의 도로 안내 표지 등은 우리와 똑같았는데 
우리가 일본을 본땄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일본다운 어떤 것을 보고 싶어 방문한 곳이 
야스쿠니 신사와 도쿄 국립박물관이었다.

지하철 구단시타역을 나오면 바로 마주치는 야스쿠니 신사는
진입로에서부터 그 거대한 규모에 놀라게 된다.
쇠로 만들어진 위압적인 도리이를 지나면 
오무라 마스지로의 동상이 있는데,
그는 메이지 정부 아래에서 일본 최초의 현대식 군대를 창설한 인물로
사무라이의 기득권을 폐지하려고 하다가 그들에 의해 암살되었다.

동상을 지나면 신사 본관이 나오는데 그곳은 촬영 금지였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한 
군인 이백만 이상의 명부를 봉안한 곳으로
한국과 중국의 입장에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장소이다.

일본인들에겐 자국을 위한 전쟁의 희생자를 기념하는 곳이므로 
우리의 현충원 같은 의미겠지만 주변국들에게는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에겐 영웅이나 우리에겐 전범이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의 정당성을 묻는 곳이 아니라
그들의 조국을 위해 희생한 영령들에게 감사하는 공간이었다.

신사 바로 옆에는 전쟁기념관이 있는데 
유료 전시관은 돈이 아까워 입장하지 않았고
로비에 진열된 2차대전 때의 무기들만 둘러보았다. 
전시관에 들어갔더라도 아마 전쟁에 대한 
성찰의 흔적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을 것 같다.

평일 오후인데도 야스쿠니 신사에는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야스쿠니는 그들 공동체를 이어주는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인 듯했다.
이방인인 내가 그 의미를 다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나라를 안정시킨다는 뜻의 '야스쿠니(靖國/靖国)'는 
그 이름 그대로 평화에 대한 염원과는 거리가 먼, 
일본인 그들만을 위한 장소라는 것이다.

그 철저한 자국중심주의가 괘씸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운 마음이 든 것은
우리 지도자들에겐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그런 확고한 국가관이 없기 때문이었다.

도쿄 국립박물관은 공사 중이어서 일부밖에 보지 못했고
그래서 그런지 특별히 감흥을 줄 만한 전시물은 만나지 못했다.
기대했던 것에 비해 평범하고 무난했던 곳이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은 "오구라 컬렉션"이다.
오구라 다케노스케는 일제강점기에 도굴 등의 수단으로 
우리 문화재를 천여 점 이상 수집했는데
이 중 30여점이 일본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었을 만큼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그 아들이 1981년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환수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도쿄 국립박물관을 떠나면서 내 눈길을 끈 것은
박물관 앞 정원에 전시된 석물이었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며 안내문을 읽으니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서 가져온 문인석이었다.

'아니 지네 나라 국립박물관 앞에 왜 남의 나라 석상을?'

일본은 정원과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우리 무덤을 지키고 있던 
수많은 석물들을 일제강점기에 자국으로 반출해갔다고 한다.
이후 교토에서 수많은 문화유산을 보면서 일본의 목조건축은 대단하지만
일본의 석물은 보잘 것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우리 석등과 불탑이 훨씬 세련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 무덤을 지키는 망주석, 문인석, 무인석 같은 것들이 
타국의 정원 장식용으로 쓰이는 것이 그저 안타까웠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랬다.
마주치는 작은 것도 우리와 연관되어 있는 어떤 것이 있고
그것에 대해 곰곰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
임란부터 시작해서 근현대까지 우리와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는 나라,

이곳을 너무 늦게 찾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 어떤 나라보다도 둘러보고 살펴볼 가치가 있는 여행지였다.

 

 

 

1. 야스쿠니 신사

 

 

 

 

 

2. 도쿄 국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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