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이바는 도쿄 인근의 인공 섬이다.
1800년대에 방어 목적으로 조성되었다가 1980년대 다시 개발되기 시작했던 것이
국제도시박람회 개최가 취소되면서 지지부진해오다가 2000년대 다시 관광지로 부각된 곳이라 한다.
지상철인 유리카모메 기차가 오다이바로 연결되는데
기차를 타고 도쿄와 오다이바를 잇는 레인보우브릿지를 따라 바다를 건너는 것이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오다이바는 관심 있던 곳은 아닌데 숙소 힐튼 오다이바가 이곳에 있어
도쿄에 머무는 나흘 동안 매일 레인보우브릿지를 건너 시내로 들어갔다.
힐튼 오다이바는 지상철에서 바로 연결되고 도쿄 시내를 조망할 수 있고
앞으로는 해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휴식으로는 최고의 장소였지만
매일 전철을 몇 번 갈아타며 시내로 오가는 것은 상당히 불편했다.
초봄의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던 오다이바의 해변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곳이었다.
청년처럼 건강하시던 아빠를 몇 달의 투병 끝에 갑자기 하늘나라로 보내고
아빠가 "도쿄 호텔에서 주방장이 말아주는 스시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 한 마디 때문에 엄마 모시고 온 여행이었다.
미국, 이집트, 유럽, 북유럽 등 웬만한 곳은 다 가보시고
남미 여행을 계획하던 중 갑자기 폐암 선고를 받은 아빠,
아마도 도쿄는 가까워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인지
평소 일본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으셨는데,
남미 가실 거라고 가이드북 사달라고 해서 시내 교보문고에서 사드렸는데,
투병을 시작하고 나서 뜬금없이 도쿄 스시 이야기를 하셔서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에게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도쿄는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라 염두에 두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 믿어지지도 않았고 실감도 안 났다.
그냥 하루하루가, 온 세상이 무너져내리기만 했다.
힐튼호텔 스시카운터에서 아빠가 드시고 싶어 하시던,
요리사가 바로바로 말아주는 스시를 엄마랑 둘이서 먹었다.
회가 숙성이 잘 되어 입에서 살살 녹았다.
점심을 먹고 오다이바 해변을 거니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
"아빠, 어딨어?" 라고 목놓아 소리치고 싶었다.
하늘을 향해, 바다를 향해, '아빠, 아빠' 그저 소리치고 싶었다.
함께 있던 시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시간이었던 것을,
누군가가 가슴이 터지도록 보고 싶어지리라는 것을,
어떤 좋은 풍경을 봐도, 좋은 것을 먹어도, 그것이 더 큰 슬픔이 된다는 것을
아빠 보내드리기 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다.
* 여행한 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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