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외부를 통해 그리고 외부에 의해 사유하고자 하는 시도를 담고 있다.
하나의 사상은 자신이 담을 수 없는 ‘외부’를 가진다. 저자는 사회주의 붕괴라는 ‘사건’을 통해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듯 보였던 맑스주의가 결코 담을 수 없는 ‘외부’를 느꼈다고 한다. 동시에 어떤 사상이건 자신의 외부를 자신 안에 담으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외부는 모든 사상과 철학의 내적 조건이다.
저자는 맑스주의를 ‘외부’의 사유로 본다. 오늘날 다시 맑스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로서 그는 유물론이 자본주의라는 조건하에서만 인간과 삶과 노동을 사유할 수 있다는 사태를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푸코와 들뢰즈의 사유가 바로 외부를 사유하려는 노력임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사건’이라는 개념을 통해 철학이 자신의 외부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내부성의 형식을 취하는 사유, 외부조차 내부화하는 사유, 외부를 단지 절대 정신의 외화로 보는 사유가 아니라 외부를 통해 사유하는 철학, 자신의 외부를 긍정하는 철학을 주제로 삼았다.
라깡, 푸코, 들뢰즈/가타리를 순서대로 다루고 있다. 부록의 포스트모더니즘도 매우 좋은 글이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서는 세간의 오해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만큼 잘 정리된 글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읽기는 만만치 않지만, 철학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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