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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독일 교육 두 번째 이야기> - 박성숙

by 릴라~ 2017. 7. 11.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간 읽어온 핀란드, 스웨덴, 미국 등의 교육 이야기보다 훨씬 의미 있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단지 독일 학교의 수업이나 학교 운영 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 사회가 전체적으로 꾸려지는 방식과 함께, 그 방식의 일환으로서 교육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학교 참관이 아니라 아들이 독일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쓴 글이기에 가능했으리라. 독일 사회가 얼마나 수준 높은 사회인지를 교육을 꾸려가는 방식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한 꼭지, 한 꼭지가 모두 재미있었지만, 특히 인상적인 것은 독일에서는 투표권이 주어지는 18세가 되면(지방선거는 16세부터 가능) 성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18세가 되는 12학년이 되면 가정통신문을 비롯해서 학교에서 가정으로 보내는 어떤 연락도 없이 학생과 학교가 단독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것. 퇴학조차 부모의 동의 없이 학생과 처리한다고 한다. 졸업식에서는 교장이 부모들에게 이제 자식을 놓아줄 때라고 이야기한다는 것. 아비투스 준비 과정과 시험 과정, 50퍼센트의 태도 점수, 엄중한 교권, 독일 학교법, 아우스빌둥 등도 신선했다. 일주일에 과목 이상 시험을 쳐서는 안 되며, 한국처럼 하루에 여러 과목의 일제고사를 치는 것은 정신적 학대로 간주한다나. 14세부터 정당 청년회에 가입할 수 있으며 16세부터 정당에 가입하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점도 좋았다. 많은 면에서 생각할 점이 많았다. 1권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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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교 수업은 교과서에 맞춰 수업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 교과서는 많은 참고 도서 중의 하나일 뿐, 교과서를 활용하고 안 하고는 교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과서보다는 별도의 문학 서적들을 많이 이용한다. 예를 들어 작은아이가 6학년 때, 한 학기 세 번의 시험 중, 한스 페터 리히터의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라는 책으로 두 번의 시험을 봤다.

 

한 학기의 3분의 2나 되는 시간을 교과서는 손도 대지 않고 이 책만 가지고 씨름했다. 큰아이는 5학년 정치 시간에 이 책이 교재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목이 다름에도 독일어나 역사나 시험 유형이 거의 비슷했다는 데 있다.

 

저학년은 포맷이 정확하게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중학교 1학년 과정인 7학년 정도부터 13학년 졸업할 때까지 언어와 사회탐구 시험 문제는 문학 작품이나, 신문 사설, 혹은 역사의 경우 역사적인 사건을 조명하는 텍스트를 나눠주고 아래와 비슷한 세 문제를 출제한다.

 

1. 글의 개요 혹은 내용을 분석하라.

2. 이 글을 쓴 작가 혹은 기자가 어떤 수사나 화법을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가. 작가가 이 글을 쓴 의도는 무엇인가. 작품과 연관된 작가의 성향과 정치, 사회적인 배경을 설명하라.

3. 이 글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밝혀라, 혹은 비평하라.

 

교사에 따라 약간씩 변형된 형태의 문제가 출제되기도 하지만 아비투어까지 고학년의 언어와 사회 과목의 시험은 이 세 가지 질문이 핵심이고, 보통 세 문제가 출제된다.

 

1번은 텍스트를 이해하였는지, 2번은 어떤 성향의 작가, 혹은 기자이기 때문에 예문에 제시된 글을 쓰게 되었나 배경 설명을 정확히 할 수 있는지, 단순한 독해가 아니라 시대상과 역사적 사건, 작가의 성향까지 정확하게 알고 그 글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지를 평가하는 문제다.

 

3번은 정치면 정치, 역사면 역사, 문학 작품이면 문학 작품을 보는 자신의 관점과 비판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위의 문제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중요한 키가 2번에 들어 있다. 점수 배점도 항상 2번이 가장 높다. 문학 작품을 읽든, 역사책을 읽든 수업 시간에 교사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내용은 저자가 쓴 글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시험 준비는 작품과 관련된 시대상은 물론 작가 개인의 인생까지 두루 섭렵하며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

 

왜 이 작가는 이런 주장을 했을까? 그 배경은 무엇일까? 정치 코멘트라면, 이 글의 정치적인 배경은 무엇일까? 이 기자는 진보적 성향인가 보수인가까지 언급해야 한다.

 

주입식 교육도 아니고 생각을 깊이 해야만 하는 이런 연습을 독일어, 영어는 물론 정치, 사회 과목에 걸쳐 7~8학년부터 13학년까지 수년 동안 계속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훈련을 지겹도록 하고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어떻게 신문 기사를 활자가 주는 의미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독일 교육의 근간이다.

 

pp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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