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학교 이야기/수업 이야기

교육과정 재편성 vs 교과서 순서대로

by 릴라~ 2018. 4. 9.


 학교에서 한 달이 지났다. 올해는 유연 근무제를 신청하면서 목금 이틀만 근무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열한 반이 있는 3학년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는데, 3학년 수업도 A, B로 나누어 한 반에 2차시씩만 들어가게 되었다.  4차시를 전담하면 교육과정 재구성을 전면적으로는 아니어도, 시험 범위 안에서 융통성 있게 조정해볼 수는 있었는데, A는 1단원, B는 2단원으로 진도가 정해지다보니 교과서 작품을 순서대로 다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작년에 비해 수업 몰입도가 확실히 떨어졌다. 


1. 의미 있는 삶 ~ 전형필 자서전, 보충란에 윤동주의 '참회록', 재능을 살리자는 현대 글, 자서전 쓰기 활동


---> "의미 있는 삶"에서 전형필, 윤동주가 주는 무게감에서 갑자기 꿈과 재능을 살리자는 현대 글이 너무 분위기가 맞지 않아서 별로. 전형필의 자서전은 전형필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의미 있는데, 이런 위인의 이야기에서, 학생들의 자서전 쓰기로 넘어가는 것도 별로 어울리지 않음. '자서전'이라는 장르가 같다고 해서 같이 엮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2. 문학이 주는 선물 ~ 황진이_서경덕 시조, 보충란에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석영 <아우를 위하여>,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 문학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사랑을 다룬 시조와 좀 더 넓은 층위의 사랑을 말하는 황지우의 시, 사회 비판적인 황석영의 소설, 진정한 헌신을 다룬 장 지오노의 작품이 두서 없이 섞인 느낌. 


내 경험상 작품들을 장르별로 묶는 것보다 주제별로 묶는 것이 더 나은데, 왜냐하면 그때 작품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시 구성을 한다면, "의미 있는 삶"에 전형필, 윤동주,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이 셋을 엮어서 각각 공부한 뒤에 이 세 사람을 다 종합해서 한번 보고, 황진이/서경덕/황지우/황석영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사랑의 문제와 권력(폭압)의 문제 두 가지로, 혹은 사람에 대한 사랑과 사회에 대한 사랑(이것은 정의에 대한 감각을 수반한다는 것), 이렇게 엮어서 수업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


큰 주제 의식 없이 그냥 작품 하나하나를 순서대로 나가니 주제에 천착하는 느낌이 없어서 수업이 맹숭맹숭, 잘 안 되고 있다. 올해는 그냥 이렇게 가는 수밖에 없고, 내년엔 반드시 전담해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해야지 하고 있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