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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기록/동남아시아

타이페이 단상 / 대만 여행

by 릴라~ 2018. 9. 6.

타이페이는 평화로웠다. 오토바이가 때로 소음을 일으키는 것 말고는, 도심은 도시 계획이 잘 되어 있고 공원도 많았다. 이 도시의 특징 중 하나를 꼽자면 빌딩 1층이 필로피 건축처럼 기둥만 세워서 인도로 활용되는 점이었다. 덕택에 도심 대부분의 인도가 두 배로 넓어서 좋았다. 사람들의 표정도 남국의 온화한 날씨만큼 부드러웠다. 아주 부유하진 않지만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식하게도 여기 오기 전엔 몰랐다. 대만이 일본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일본의 첫 번째 식민지가 대만이었다. 그러나 대만 사람들은 일본에 대해 호의적 감정을 갖고 있었다. 일본이 한국과는 달리 강압적으로 통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첫 번째 식민지라 애지중지한 면이 더 많았다고 한다. 조선 총독이 모두 군인 출신이었던 것과 달리 대만 총독은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관 관료 출신이었다. 통치 방식 자체가 한국과는 달랐다. 

 

국립대만박물관에 가면 타이페이 고유의 원주민 문화가 소개되어 있다. 배와 의복의 모양 등이 많은 면에서 동남아와 비슷했다. 대만은 동남아 문화권의 일부로 보였다. 박물관에는 일본이 초기에 이 지역의 동식물을 비롯해 지리와 자연 전반을 조사한 내용도 소개되어 있다. 초대 박물관장도 일본인이었다. 일본이 이 지역에 들어오면서 대만에 대한 과학적, 학술적 조사가 시작된 셈이다. 이는 일본의 식민통치 기술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일본의 학문적 기초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튼튼한 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었다. 

 

일본풍은 타이페이 시내 곳곳에서도 느껴졌다.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단정하게 밀집되어 있는 모습도 그렇고, 다양한 색상과 종류의 과자도 그렇고, 이 도시의 미학적 감수성 전반에 일본풍이 녹아 있어 한편으론 일본에 온 듯한 느낌도 있었다. 우리나라 80년대처럼 소박한 분위기가 있지만 세련미도 동시에 있었다. 

 

며칠의 짧은 일정이라 많은 곳을 둘러보지는 못했다. 타이페이 시에서는 국립대만박물관, 228 화평공원, 국립고궁박물원, 장제스기념관, 국부기념관(손문) 등을 둘러보았고, 타이페이 외곽 지역으로는 타이페이 펀패스로 닿을 수 있는 해변 단수이까지 갔다. 작년 북경을 여행할 때 국립박물관에 특별한 유물이 없어서 놀랐는데, 장제스가 모두 대만으로 실어날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대만에 가면 박물관에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궁박물원에서는 몇몇 주요 전시물을 빼고는 특별한 감흥은 받지 못했다. 타이페이에서 인상적인 장소는 따로 있었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의 현장, 2.28화평공원이었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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