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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3

[태국] 깐차나부리의 소년 '08 나는 결국 그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인사는커녕 그는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시종일관 고개를 돌리고 우리들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일행 모두는 뗏목을 젓는 소년의 뒷모습만을 기억할 뿐이다. 노 젓는 솜씨는 훌륭해서 물살을 따라 방향을 잘 잡으며 노를 저어갔다. 강물의 흐름을 타고 있어 노를 저을 필요가 없을 때도 소년은 결코 우리를 향해 뒤돌아보거나 하지 않았다. 뗏목 위에는 여남은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타고 있었다. 나는 이런 종류의 투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방콕의 마지막 하루를 그냥 까페에 앉아 보내려니 어머니가 심심해하실 것 같아서 현지여행사를 통해서 깐차나부리 일일 트레킹을 신청한 거였다. 트레킹이 아니라 농장 방문이라고 해야 할 만큼 시시한 일정이었다. 그.. 2008. 2. 19.
거리의 탁발승 / 방콕 카오산로드에서 새벽이었다. 카오산 로드는 지난 밤의 열기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요에 싸여 있었다. 아침 끼니를 해결해주는 노점상 몇 군데만이 주섬주섬 자리를 펴고 있었고, 여행객 몇 명이 아침을 들고 있었다.람부뜨리 거리를 빠져나가 공항 버스가 서는 주 도로에 이르렀다.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는데 어지러이 오가는 차들 사이를 걷고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내 시야에 박혔다. 오렌지빛 장삼을 걸친 맨발의 탁발승이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여기저기서 탁발승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낮이나 저녁에는 볼 수 없던 광경이었다.태국은 부처님을 믿기보다는 왕을 더욱 숭배한다고 들었는데, 매일마다 탁발을 하며 아침을 여는 스님들의 모습은 이 나라가 불교국가임을 실감케 해주었다. 잠깐 스쳐간 풍경이지만 이 나라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정겨운.. 2008. 2. 18.
[태국] 방콕 1. 여행자들의 거리, 카오산로드 '08 해가 기울면 포장마차의 등불이 하나씩 켜지고,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방금 배낭을 메고 도착한 사람, 까페에서 시원한 맥주잔을 들이키는 사람,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사람, 물건을 사려고 흥정하는 사람, 이 모든 것을 구경하는 사람... 열대의 무더운 날씨 속 '사람'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실로 강렬하다. 방콕은 그간 여러 번 경유했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어 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준의 책을 읽고 카오산 로드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카오산 로드,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이 내뿜는 활력과 에너지다. 히피들의 시대는 갔지만, 그 후예들이 또 다른 종류의 자유를 찾아 전세계에서 속속 모여드는 곳.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넘실거리지만,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젊음의 에너.. 2008.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