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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

자기혁명 - 박경철

by 릴라~ 2011. 12. 10.




'태도'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의하면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 일관성 있게 반응하는 경향을, 백과사전에 의하면 '가치'나 '관심', '감정'보다는 범위가 좁고 '신념'이나 '견해' 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칭한다. 내면의 잠재적 경향을 가리키기도 하고 외부로 드러난 행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있고,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 있다. 많은 경우 이 둘은 일치하지 않는데, 자신과 타인을 동일하게 바라보고 대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태도'라는 것을 지니고 있는, 자신을 갈고 닦은 사람일 것이다.

박경철 원장의 '자기혁명'을 읽고 내 마음에 남은 키워드는 'atitude'였다. 삶의 태도. 본문에서도 저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의 애티튜드가 몸으로 전해온다. 그의 애티튜드는 사상보다는 실천에 좀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본문 중에 '법정'이 성찰의 대명사로, '법륜'이 실천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저자는 후자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저자 특유의 대응 방식을 보여주는데 지적 성찰과는 다른 종류의 관점이 묻어나온다. 그래서 애티튜드다.

그는  대단한 노력가였다. 책장을 넘기며 그의 실력이 타고난 재능보다는 노력에서 비롯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노력이 대단하여, 노력하는 태도 자체가 그의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만큼 노력할 수 있다면 그건 재능이 맞다. 아주 비범한 재능이었다. 

우리가 생활인으로 살아가며 끊임없이 부딪히는 문제는 개인과 사회 사이의 관계 설정 문제다. of the world도 아니고, for the world도 아닌, in the world의 삶을 말하는 대목은 개인의 자리에 대한 저자의 기본적 관점을 보여준다. in the world로 살아가되 세상이 필요로 할 때 for the world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삶. 세상에 종속된 것도 아니고 세상을 위해 사는 것도 자신이 주인이 되어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그리고 봉사의 역할을 고민하는 삶.

그래서 그는 '자기혁명'을 주창한다. 그가 말하는 자기혁명은 동양적 지식인상, 유교의 '수신'에 가깝다. 스펙 쌓기로 기존 시스템에 편입되는 것도 아니고, 기존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을 바꾸기에 앞서 자신을 바꾸는 데 성공할 것을 권한다. 중요한 것은 저자에게는 자신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지배하는 구조(사회 구조는 정치/경제 체제이며 개인의 구조는 습관과 무의식이다)를 진정으로 초월하는 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에게 청춘은 '발산'의 시기가 아니라 '응축'의 시기다. 속으로 응축한 것이 없을 때 찾아드는 공허감을 경험했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중년에 맞닥뜨리는 허망함은 이와 관련이 많을 것이다.


그의 자기혁명은 개인에게서 출발하지만 개인의 욕망이 사회와 연결되어 뻗어나갈 때만 그 욕망이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개인과 사회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이 우리 삶을 바로 일으켜세우는 힘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안으로는 끊임없는 자기혁명을, 밖으로는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한다. 유교적 선비의 이상이다. 독서, 글쓰기, 말을 삼가는 것, 예의, 자기 욕망의 다스림 등 '내적 규율'을 강조하는 점에서도 다분히 엘리트적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이 방식으로 자신을 구원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이건 굉장한 '자기 절제'가 따르는 어려운 길이다. 새벽에 따뜻한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우며, 작은 습관 하나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나 우리가 가장 먼저 바꾸어낼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며,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옳다. 갖가지 삶의 문제들에 대한 즉각적인 처방은 되지 못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확실한 처방이 된다. 그가 말하는 행복은 무언가를 더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쁜 습관을 하나씩 버리는 자기 절제를 실천할 때 자신이 얻게 되는 내적 힘과 더불어 찾아오는 무엇이다.

개인화된 사회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사회가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어떻게 완충 지대를 만들까에 대한 질문도 좋았다. 북유럽은 복지로 해결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묻고 있었다. 그는 현실에 대해 냉소도, 장밋빛 환상도 주지 않는다. 힘겨운 시대임은 인정하지만 출구가 없지는 않다. 이 책의 물음과 답은 모두 저자 자신의 사유와 실천의 결과다. 일면 평범하지만, 이 평범은 중용의 평범함이다. 자기혁명의 가능성이 있기에 그는 비관하지 않는다. 저자는 CEO가 꿈이라고 말하기에 앞서 10분이라도 일찍 일어나보라고 권한다. 자기를 바꾼 경험은 자기 안에 축적되어 다음 순간을 이끄는 새로운 역량이 된다. 그래서 희망은 희망을 낳고 절망은 절망을 낳는다.

자기혁명을 말하는 책들은 많지만 그것을 당위가 아니라 저자의 '애티튜드'를 보여줌으로써 힘있게 전달해낸다는 점에서 이 책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적 규율의 가치를 인문학적 사유에 기반한 그 자신의 실천지를 통해 전달하여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나 자신의 게으름과 의지 박약과 규율의 부재를 몸서리치게 느끼게 해주었다.

그의 사유 방식이 드러난 사회 현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현상의 숨겨진 원인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본업이 의사가 맞구나 했다. 다른 인문학자들에 비해 '개인성'이 덜 노출되고 객관적 관찰자의 자리에 서있었다. 자신이 체험적으로 증득한 것들만을 이야기하는 정직성은 높이 평가하지만  한 개인의 좀 더 뜨거운 목소리를 듣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그 뜨거움은 그가 가진 사랑과 분노와 관련이 되는데 그 부분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그가 자신을 그처럼 절차탁마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의 애티튜드의 원천은 무엇일까.

문제는 나를 포함한 대다수 사람들이 '자기혁명'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혁명의 결과만 원할 뿐. 살아온 세월이 좀 있는 이라면 자신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과거가 없는, 이제 삶의 출발점에 선 청춘들에게 스펙쌓기 대신 자기혁명이라는 진정한 공부를, 군자의 도라 할 만한 것을 '욕망'하게 할 수 있을까. 조선조 선비처럼 자신이 엘리트임을 자각하고 있었던, 자신이 세상을 이끌어나감을 알고 있었던 이들에겐 쉬우나, 대학교육이 대중교육이 되고 보편교육이 된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뛰어난('유명한'이 아니라) 성취를 이룬 이들은 모두 자신이 리더임을 자각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잘해서 그렇게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타고난 재능보다는 그 자리에 누가 꼭 있어야 하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아무도 없음을 자각한 것이다. 세상의 결핍을 발견하고 그 결핍을 자신이 채워넣을 수 있음을 발견한 것. 사랑 혹은 소명 의식이다.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고 그것이 한 인간에게 존엄과 자부심을 부여한다.

그 '뜻'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고 그래서 공부는 '구도'와 다르지 않다. 완전히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끝없이 찾아가는 것이다. 세상의 결핍을 발견하고 자신을 불태울 '소재'를 일찌기 발견한 사람이 천재가 된다. 그 소재를, 사랑하고 가꾸어갈 대상을 발견하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은 그냥그냥 살아간다. 가장 쉽게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연애이기에 그처럼 연애가 숭상된다. 아니, 스펙 없으면 연애도 못한다는 점에서 자본에 대한 욕망이 너무 많은 걸 삼켜버린 사회다.

'되고 싶다' 만으론 되지 않는다. 깨달음, 혹은 분노나 사랑이 있어야 실천할 수 있다. 99%의 노력을 가능케 하는 이 1%의 영감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 자신이 남과 다른 것이 1%라 해도 그 1%의 아주 작은 차이를 아끼고 사랑하고 키워갈 때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남과 다른 1%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스펙쌓기의 길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박경철을 박경철로 만든 '차이'는 애티튜드였다. 이 책에서 건질 것은 '박경철처럼 되고 싶다'가 아니라 남과 다른 그의 애티튜드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방식을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에게 남과 다른 1%의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나를 이루는 요소 중 99%가 평범하다 해도 남과 질적으로 다른 1%의 요소, 재능이기도 하고 가치관이기도 하고 태도이자 철학이기도 한 그 1%의 차이를 사랑하는 것이 필요할 듯 싶다(물론 반사회적 행위는 제외). 저자의 애티튜드는 자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과 세상을 사랑하는 그만의 방식인 것이다.

죽도록 공부하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라니.^^ '시크릿'의 흥행비결은 '너도 부자가 될 수 있다'인데, 이 '진지한' 책의 비결은 사회적 성공과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을 둘 다 갖춘 저자의 개인적 인기와 매력 때문일 것이다. 저자 개인이 어떤 사람이냐를 떠나서, 이미 그는 우리 사회의 흐름을 설명하는 의미 있는 현상이 되었다. 

청년들에게 꿈을 가져라, 가치관을 가져라, 온갖 주문들이 있지만, 저자의 주문은 아마도 "그대 자신의 '애티튜드'를 형성해라"가 아닐까. 그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끊임없는 자기혁명이 필요하다. 이 책이 그러한 '자기혁명'의 욕망을 얼마나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 점에서만 평가한다면 썩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자기혁명진정한변화와성공은자기혁명에서시작된다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박경철 (리더스북,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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