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힘들게 읽었다. 특히 초반부, 전남도청 안으로 시신이 도착하는 장면에서는 한 문장, 한 문장, 넘어가는 것이 힘에 겨웠다. 마치 내가 그때 그 시간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작가는 놀라운 솜씨로 그 사라진 시간을 복원해낸다.
제목이 '소년이 온다'이다. 말 그대로 한 소년이 수십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우리 앞에 왔다. 죽은 자의 세계에 가 있던, 사람들이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그 혼을 작가는 불러낸다. 그 혼의 소리를 들으며 감히 슬픔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저 감사했다. 지금 이 시간을 가져온 이들에게.
1980년, 우리의 아픔을 미리, 대신 살았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 대신 고통을 짊어지고 우리 대신 죽었다. 마치 십자가를 진 예수처럼, 어떤 숭고한 사람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고난을 겪고 갔다.
그 고통이 너무 무거워 살아 남은 자도 산 것이 아니었다. 애도는 충분하지 않았고 상처에선 여전히 피가 흐른다. 그 짐을 모두가 나누어 질 수는 없는 것일까. 책이 내게 준 의미는 그것이었다. 우리 모두는 그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 상처가 아물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 그 시간의 바로 곁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온마음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 이야기를 듣는 것이 짐을 나누어지는 것이라는 것. 그러고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치유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많은 분들이 소설을 통해 '소년'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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