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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소설, 시

<마음> - 나쓰메 소세키

by 릴라~ 2016. 8. 10.

사람은 누구나 비밀 한 두가지씩을 간직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어떤 비밀은 그것을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 수 없을 만큼 마음 한 켠에 가만히 놓여 있지만 또 어떤 비밀은 한 사람의 마음을 꽁꽁 얽어매고 그의 삶 전부를 지배하기도 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 등장하는 '선생님'은 바로 그런 비밀을 간직한 남자다. 그는 학식이 있으면서도 일을 하지 않고 사회와 일정 부분 격리되어 그 혼자만의 세계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도 그의 마음속에 무엇이 요동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대학생 '나'는 젊음에서 우러난 호기심과 정열로 '선생님'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갖고 그에게 점차 다가간다. 그의 순수한 마음에 선생님은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죽기 전에 정성들여 쓴 편지에 자신이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절절하게 고백한다.

 

결국 이 이야기는 '나'가 '선생님'의 마음속 비밀에 다가가는 이야기이다. 그 속에는 '나'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무게의 상처와 결핍, 욕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 인간의 마음속에는 그처럼 많은 것들, 고유한 상처와 결핍, 욕망이 들어 있다. 그것은 타인과 대화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선생님 또한 몇 번 이야기하려고 하다가 편지를 택한다.

 

100여 년 전, 메이지 시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소설 같은 세련미를 갖고 있어서 놀랐다(당시 일본 사회가 얼마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서사 구조는 단순하지만, 몇 가지 의문이 계속 머리를 간지럽혔다. 나와 선생님의 관계는 무엇이며 선생님은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가 작가의 마음을 은유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나'와 '선생님'이라는 고독한 두 남자가 만난다. 선생님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아내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이해시킬 수 없었으며 오직 '나'에게 편지로만 전달한다. 그는 죽었으나 '편지'는 '나'의 마음에 남아 있다.

 

나쓰메 소세키 또한 일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서만 그 자신의 심층에 있는 것들을 전달할 수 있다고 느낀 것은 아닌지. 이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가 죽기 2년 전에 쓴 작품이다. 메이지 시대가 끝나갈 무렵 '선생님'은 자신의 시대 또한 저물어감을 느끼고 죽음을 택한다. '선생님'이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진실하고 정중한 '편지'를 남겨 놓았듯이 나쓰메 소세키 또한 그의 소설이 그런 편지 같은 거라고 우리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고독한 이라면, 누군가의 삶의 비밀에 다가가고자 하는 이라면 아마도 읽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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