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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언술을 이야기로 살아나게끔 하는 특별한 자질이란 어떤 것일까요? 단적으로 말하면, 거기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낯섬'이 있어야 합니다. 그를 통해서 사람들의 정서적 반응, 그러니까 재미와 긴장, 감동과 놀라움 같은 것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하지요. 그러한 '낯섦', 또는 '특별함'은 인물과 사건, 배경 같은 요소에서 다양한 형태로 설정될 수 있어요. 예컨대, '세상에 사람이 살자/죽다'라는 평범한 언술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특별한 언술이 될 수 있습니다.
마법사가 살다 / 무인도에서 살다 / 죽었다가 살아나다
위 언술들은 무척 단순한 것이지만, 특별한 요소를 갖추고 있어요. 마법사의 존재는 그 자체로 관심과 놀라움의 대상이 되면서 이어질 사건을 기대하게 하지요. 누군가가 무인도에 산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예요.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면서 어떻게 생존해 나갈지에 대한 관심과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누군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도 그래요. '그는 어떻게 살아난 걸까', '죽고 나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 하는 식의 호기심을 일으키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끌게 되지요.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면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요소들을 화소라고 합니다. 영어식 표현으로는 '모티프'라고 하지요. 주로 '행동 동기'를 뜻하는 '모티브'하고는 조금 다르게 서사의 구성 요소를 일컫는 말이지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있어서, 또한 이야기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기본이자 핵심이 되는 요소가 바로 이 모티프, 곧 '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화소가 서로 연결됨으로써 하나의 이야기가 성립되지요. p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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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거쳐서 이어져 온 옛이야기들은 예외 없이 특별한 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화소들이 앞뒤가 꼭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돼서 재미와 긴장감을 일으키고 '의미'를 자아내지요. 거의 백 펴센트 그렇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지 못하면 전승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 특별할 것도 없고 앞뒤가 안 맞아서 재미가 없는 이야기를 누가 말하고 들으려 하겠어요!
옛이야기를 구성하는 화소의 종류는 정말로, 정말로 다양합니다. 거의 무한하다고 해도 그르지 않아요. '변신'을 한번 예로 들어볼까요? 누군가가 변신을 한다는 것은 단번에 흥미를 일으키는 전형적인 화소가 됩니다. 그런데 그 변신의 양상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합니다. 사람의 변신을 보자면 그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사물로 변신할 수 있지요. 호랑이, 뱀, 독수리, 메추리, 오리, 바다토끼, 은행나무, 등나무, 백일홍, 며느리밥풀꽃, 산, 바위, 모래알, 궁궐, 우물, 구슬,...... 그야말로 한없이 나열할 수 있어요. 어디 사람뿐일까요? 동물이나 식물, 사물, 그리고 신 등이 사람이나 또 다른 사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그 양상이 무궁무진하지요.
또 변신의 방법이나 형태도 여러 가지예요. 일시적인 변신이 있는가 하면 영구적인 변신이 있고, 모두를 속이는 완벽한 변신이 있는가 하면 불완전한 변신도 많지요. 스스로 변신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타자에 의해서, 예컨대 신이나 마녀의 힘에 의해서 변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경우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화소가 되는 것이지요. p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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