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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역사, 인물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서경식

by 릴라~ 2018. 4. 15.


한나 아렌트는 20세기를 '난민의 세기'로 규정했다고 한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파시즘과 냉전, 제국주의가 남긴 식민지 각국의 내전, 매카시즘, 미디어의 폭력과 환경 파괴, 노동 문제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20세기는 도처에서 '난민'을 양산해왔다고 보면 된다. 저자는 이 난민의 시대를 온몸으로 진실하게 통과한 49명의 삶을 스케치한다. 이들은 모두 제 명대로 살지 못했는데, 저자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한 이들이야말로 20세기의 얼굴이라고 이야기한다. 기록을 남기지 못한 수많은 제3세계 사람들의 이야기는 담을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의 이름은 기억하며 새로운 세기를 맞고 싶은 바람을 책에 담았다. 


49명 중에는 잘 아는 이도 있었지만 모르는 이도 많았으며, 파블로 카잘스처럼 그의 삶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모두가 '나는 누구인가'라고 시대가 제기하는 물음에 가장 진실하게 답한 인물들이었다. 결국 우리 삶은 그 물음에 대한 하나의 포즈이다. 한 사람에게 몇 페이지씩 밖에 할애하지 못하지만, 저자는 그의 삶의 핵심적인 부분을 잘 포착하여 흥미롭게 읽힌다. 이극로, 김사량 같은 월북 학자/소설가를 새로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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