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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

8000미터를 오른 세 사람에 대한 책

by 릴라~ 2006. 10. 20.


공부하느라 골치 아픈 머리를 식힐 겸, 세 명의 등반가에 대한 책을 빌렸다.
내용은 대충 건너뛰었지만, 그들의 거친 체험과 히말라야의 광활한 사진에 압도되었다.

"그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 루이 뒤보, 난다 데비

 


나는 살아서 돌아왔다
/ 라인홀트 메쓰너 지음 / 평화출판사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오른 라인홀트 메쓰너의 등반 기록이 담긴 화보집.

그는 무산소 등정과 단독 등반을 감행함으로써 등반을 매우 특별한 놀이로 만들었다.

그에게 산들은 놀이를 할 수 있는 장이었다.

그의 모든 능력, 힘, 본능 등을 표현하는 자연의 무대였던 것이다.

 

"위대한 산에서 맛보는, 이 허무 속에 있는 심경은 어떤 다른 경험보다도 큰 것이었으며,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를 몇 번이고 생각하게끔 했다.

우리는 왜 여기 있으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종교를 인식하지 않는 이상, 해답은 얻을 수 없다.

살아 있는 한, 행동하는 존재만이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를 풀 수 있다.

그 위에서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그곳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

오르는 것과 온 정신을 집중하는 것, 그리고 자신을 향한 끝없는 노력이 대답이었다.

결국 내 자신이 해답이었으며 의문은 사라졌다."

 

"나는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다. 또 영웅이 되어 돌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알고 싶고 또 새롭게 느끼고 싶다."

 

 

히말라야가 처음 허락한 사람 텐징 노르가이 / 에드 더슬러스 지음 / 시공사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와 함께 8848m 에베레스트 정상에 최초로 선 지구인, 셸파 텐징 노르가이.

정상을 눈앞에 두고도 혼자 오르지 않고, 뒤에 처진 힐러리를 30분이나 기다렸다.

힐러리는 정상에서 텐징의 사진만 찍고 자신의 사진은 거절한다.

귀족과 수도층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미천한 출신의 텐징이 출세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 속,

그는 일곱 번의 도전 끝에 정상에 오르고 서구 등반가와 자신이 동등하다는 점을 입증한다.

 

"많은 것들이 정치와 국적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산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곳에서 생명은 너무 현실적이며, 죽음도 너무나 가깝다.

인간은 그저 인간일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하지만 나중에는 정치와 논쟁과 나쁜 감정이 움트기 시작한다.

에베레스트에서 하산하자마자 내게 닥친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내 인생의 38년 동안 내 국적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도인이건, 네팔인이건, 티베트인이건 그것이 대체 무슨 상관인가?"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 / 엄홍길 지음 / 이레

 

세계에서 여덟번 째, 아시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의 이야기. 

"히말라야의 길들은 어느 것 하나도 순한 게 없다.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곡을 따라서 형성된 길들은 문명의 접근을 좀체로 허락하지 않는다. 인간과 야크가 겨우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닐 수 있는 이 길들은 면년설 지대를 향해 뻗어있는데, 그 자체로 아름답다. 문명세계를 벗어나서 이 길로 접어들 때마다 나는 내 몸 안의 모든 기공들이 한꺼번에 열리면서 움츠러들었던 세포조직이 하나둘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 길을 걸어갈 때 나는 깊은 숨을 쉴 수 있었고, 행복했다. 대자연 속에서 나는 비로소 진정한 나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히말라야에서 인간과 야크가 함께 다닐 수 길들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문명세계와 문명세계를 잇는 길들은 정상을 넘지 못했다. 히말라야에서 문명세계와 닿아 있던 길들은 대부분 베이스캠프 언저리에서 끊겼다. 그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 길 끝에 다다를 때마다 모든 것은 막막했고, 흰 산들이 언제나 그 막막함을 대신했다. 흰 산들은 보고 있으면 때론 죽음에 대한 공포가 꿈속까지 덮쳐왔다. 하지만 그 흰 산을 향해서 나는 끊임없이 길 없는 길을 나섰다."

 

이들 책에 나오는 아포리즘들...

나는 인간 세상과 상당한 거리감을 느낀다.

나는 지금 생명도 없고 삭막하기 그지없는 별세계를 가고 있다.

이곳은 인간이 존재할 수도, 아니 어쩌면 인간의 존재를 원하지도 않는 환상적인 세계인 것이다.

-모리스 에르조그

 

긴 세월을 평범하게 살며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저 높은 곳에서는 한 달 사이에 체험한다. 

-예지 쿠쿠츠카

 

인간에게는 별로 이렇다 할 천직은 없다. 임무도 사명도 없다.

있다 해도 식물이나 동물이 갖는 것처럼 미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막스 슈티르너

 

참다운 목표는 최고의 한계점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완성이야말로 끝없이 무한한 것이다.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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