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걸어라: 산티아고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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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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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미국 수녀님의 산티아고 순례기이다. 저자가 수녀님이어서 뭔가 대단한 영적 체험담을 기대했다면, 아마 실망하게 되리라.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다른 데에 있다. 조이스 럽은 삼십여일간 까미노를 걸으면서 자신이 겪고 느낀 바를 그야말로 솔직하게 풀어놓고 있다. 대피소에서 느낀 실망감과 지저분한 화장실이 주는 고통에 이르기까지 그 구체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정말 내가 그녀와 함께 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까미노에 대한 조금의 미화도 없이, 그러나 그 길에서 저자가 만난 아름다움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어서 좋다. 오히려 그녀의 순례는 그녀가 순례에 대해 가졌던 환상이 깨어지면서 실제하는, 녹록찮은 삶의 장면과 하나하나 맞닥뜨리는 과정이었다.
그녀에게 산티아고 순례는 내면을 향한 여행이 아니라 (수녀이니 이미 충분히 내향적이었다고 본인이 말하고 있다.) 자신의 바깥으로, 넓은 세상으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이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신이 그동안 계발하지 못한 쪽으로 영혼이 쏠린다고 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성에, 외향적인 사람은 내향성에 이끌린다는 것이다.
60세를 맞이한 저자의 까미노 순례는 자신의 표현대로 '인류의 웅성거림' 속으로 들어간, 평소에 수용할 수 없었던 것들을 포용하도록 마음을 열어준 '비범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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